로컬학교 학부모 “소외감 넘어 위화감”
영사관 “문화예술 기회 단계적으로 늘릴 것”
지난 16일, 상하이총영사관이 상하이 한국 학생들을 위해 통 큰 선물을 준비했다. 한국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우수한 오케스트라 공연을 영사관 뒤뜰에서 개최한 것이다. 해외에 거주 중인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의 수준 높은 문화공연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인의 자긍심을 심어주겠다는 좋은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다.
하지만 음악회 소식이 알려진 이후 교민사회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40여명의 서울팝스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상하이 한국 어린이와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의 참석 대상이 ‘국제학교 학생 및 학부모’ 400여 명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교민들은 당초 상하이 한국 학생을 위한다던 행사의 목적에서 참석대상이 국제학교 학생만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인터넷 교민커뮤니티 카페에 항의 댓글이 빗발쳤다. 교민들은 해외에서 좀처럼 관람하기 힘든 공연이 열린 만큼 참석대상을 국제학교라는 특정 한 단체로 제한된 것에 허탈함을 느끼는 분위기다.
담당영사의 “국제학교 학생만을 위한 기회 불평등의 행사가 아니라 한국학교 학생은 기획 당초 17일 개천절 리셉션 기념음악회에 초대가 예정됐기 때문”이라는 답변에 초대받지 못한 상하이 로컬학교 학부모들의 불만이 거세졌다. 경제적, 교육적인 이유로 인해 자녀를 로컬학교에 입학시켰다는 어느 학부모는 “한국, 국제학교에 비해 한국문화공연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로컬학교 학생들이 정부의 관심이나 지원, 한국적인 문화 혜택이 가장 필요하지 않겠느냐. 이번 일은 소외감을 넘어 위화감까지 느껴진다”고 토로한다.
교육영사는 “로컬학교에 재학중인 한국학생 상황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고 영사관에 의견을 전달해 줄 수 있는 학부모들의 단체나 모임이 없어 요구사항을 전해듣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기회를 단계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 대답했다. 국제학교는 지난해 말 국제학교 한국학부모회가 조성된 후 영사관을 통해 해외에서 한국문화를 접할 기회가 적은 아이들이 다양한 한국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영사관은 이를 적극 반영해 지난 4월 임시정부수립기념행사를 통해 국악공연 관람 기회를 마련했다. 당시 동일한 공연이 한국학교에서도 열렸었다.
현재 교민사회에서 논란의 요지는 ‘왜 국제학교만인가’가 아니다. 오래 전부터 국제학교냐, 비(非)국제학교냐로 미묘하게 갈리는 교민사회의 예민한 민심을 교민의 상황을 이해하고 돌봐야 할 영사관이 헤아리지 못한 채 편가르기 상황을 연출한 모양세가 됐다는 것이다. 또, 로컬학교의 고충을 전달해줄 대표 학부모와 단체의 부재가 로컬학교 재학 중인 한국학생의 소외 사유가 된다는 영사관의 수동적이기만 한 모습에 학부모들은 힘이 빠진다.
이젠 국제학교마저 난처해졌다. 자녀와 함께 공연 관람을 마친 국제학교 학부모는 “영사관 내에서 이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지만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우리만 특혜를 누리자고 국제학교학부모회가 건의한 것은 아니었는데, 이제는 국제학교란 이유로 눈치를 봐야 될 분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 아예 참석을 않기로 한 국제학교도 있다.
오케스트라단을 초청해 역대 최고의 개천절 기념행사를 열고, 우리 아이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체험 기회를 제공하며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주려던 영사관의 배려는 교민들에게 충분히 감동적이다.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좋은 취지로 시작된 영사관의 안타까운 수고가 영광 대신 상처로 남아 교민들을 위한 좋은 행사가 이로 끝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다. 상하이 모든 한국 학생들이 함께 박수 칠 수 있는 다음을 기대해 본다.
- 경제 더보기
- 상하이도 부동산 ‘이구환신’ 대열 합류
- 中 가전업계 회복세 지속…‘이구환신’에 가전시장 ‘파란불’
- 루이싱커피 1분기 매출 41% 증가…영업이익은 대폭 하락
- 中 부동산 정책 완화 기대감에 관련주 일제히 ‘급등’
- 中 4대 도시 상주인구, 다시 ‘증가세’
- 정치 더보기
- 中 언론 “韓 총선 여권 참패…윤석열 임기 내 ‘레임덕’ 우려”
- 22대 총선 상하이 투표율 64.1%... 역대 최고
- 상하이 재외투표 3일째, 역대 총선 최고 투표율
- 상하이 유권자 6630명 27일부터 투표!
- 4.10 총선 재외선거 투표 이것이 궁금하다
- 문화/생활 더보기
- 中 상하이 등 20개 도시서 ‘온라인 여권 재발급 신청 서비스’ 시범 도입
- 일찍 예매하면 손해? 노동절 연휴 항공권 가격 ‘인하’
- 상하이 최초 24시간 도서관 ‘평화 서원’ 개관
- 中 상하이·베이징 등 호텔 체크인 시 얼굴인식 ‘금지’
- 中 1분기 출입국자 1억 4100만명…전년比 118% 급증
- 사회 더보기
- 한국 해외공관 5곳 테러 경보 상향, 선양 총영사관 포함
- 하이디라오, ‘숙제 도우미’ 서비스 논란
- 중국 MZ들 '역겨운’ 출근복 유행 확산
- 中 관광객, 인니 화산섬에서 사진 찍다가 75M 아래로 추락사
- 中 위안부 피해자 자녀, 처음으로 중국 법원에 일본 정부 기소
- IT/과학 더보기
- 중국판 챗GPT ‘키미(Kimi)’ 등장
- 韩개인정보위, 中 알리·테무 등에 개인정보 보호 요청
- 中 베이징, 상하이 10개 도시서 AI 지원 정책 출범
- 올 여름 ‘블리자드’ 게임 중국 시장 ‘컴백’
- 中 세계 최초로 ‘드론 택시’ 생산 허가증 발부
- 교육/유학 더보기
- 中 우한대학, 샤오미 ‘레이쥔’ 과정 설립
- 독일 총리가 상하이 도착하자마자 달려간 이 대학교는?
- 中 여전히 유학생 배출국 1위… 한국은 10위
- 中 9월부터 633교육제 543제로 바뀐다
- 中 교육부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 시스템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