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의 우체국에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게 "죄값, 끝을 보겠다"는 협박성 소포가 배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4시께 부산 기장군 기장읍 하태경 의원 사무실에 중국 선양으로부터 우체국 국제 특송으로 소포가 배달됐다.
가로 25㎝, 세로 20㎝, 높이 15㎝인 이 종이 상자 안에는 보라색 해골모양의 가면과 흰색 와이셔츠가 들어 있었으며 와이셔츠 앞면에는 빨간 매직으로 "대가를 치를 것다('것이다'의 오기), 죄값 받겠다"라고 적혀 있다. 셔츠 뒷면에는 검은 매직으로 "끝을 보자, 죄, 대가"라고 적혀 있다.
또 왼쪽 소매에는 '가족, 인생'이라는 글자가, 오른쪽 소매에는 '명예'라는 글자가 쓰여져 있으며 가위표를 해서 위협하는 표시를 했다. 발신인은 '리옌리'(Li Yanli)이며 수신인란에는 하 의원의 전 사무장 A 씨라고 게재돼 있다.
발송인의 핸드폰 번호도 적혀있는데, 지린성 연변번호인 것으로 밝혀졌지만 사용하지 않는 번호로 확인됐다. 발송인 회사는 'Yishun guoji maoyi'라고 영문으로 표기돼 있는데 이순국제무역, 一顺国际贸易로 추정되지만 지린성이순수출입무역유한공사(吉林省一顺进出口贸易有限公司)의 회사명을 비슷하게 도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포물에 포함된 해골 모양의 가면은 중국 현지에서 판매되는 '캐리비안 해적가면(加勒比海盗面具)'이다. 중국 타오바오, 알리바바 등에서 판매되는 같은 모양의 가면은 주로 금색과 은색이며 소포로 보내진 '보라색' 제품은 찾아볼 수 없다. 발송인은 의도적으로 보라색 가면을 찾았으며 색깔로 뭔가를 암시, 혹은 상징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발송지는 중국 선양 황구구 황허대로에 위치한 치산로우체국(岐山路邮政支局)이다. 치산로우체국은 선양 코리아타운인 시타(西塔)에서는 2킬로미터 거리이며 한국인, 조선족, 북한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베이항(北行) 번화가와는 1킬로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다. 선양은 남북한 사람과 현지 조선족 동포들이 밀집한 코리아타운이다.
협박 소포물은 북한 공작원이 중국인을 가장해 중국 우체국을 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와이셔츠에 적힌 '죄값'이라는 단어는 죗값의 틀린말이지만 북한에서 쓰는 말이다. 또 '끝을 보겠다'는 말도 '끝장을 보자'라는 남한말의 북한식 표현이다. 한 탈북자는 "'죄값이라는 표현은 중국조선족들이 쓰는 말이 아니고 북한식 표현이다. 북한에서는 말로 표현할 때는 죗값으로 발음되지만 글로 표현할 때는 죄값이라고 쓴다"면서 "'끝을 보겠다'는 말도 북한에서 하는 말이다"고 설명했다.
서재평 북한민주화위원회 사무국장은 데일리NK에 "북한식 단어와 표현 등이 사용됐다는 점을 볼 때 북한의 소행으로 볼 수 있다"면서 "하 의원이 그동안 진행했던 북한인권 활동과 이석기 등 종북(從北) 세력에 대한 비판적 언행에 관련한 반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하 의원 측은 이 같은 사실을 지난 3일 오전 11시 40분쯤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소포 수신인이 하 의원의 전 사무장으로 돼 있지만 하 의원 본인을 겨냥했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소포 배송경로를 파악하는 한편 소포의 지문과 유전자 감식을 벌이고 있다. 또한 중국 당국에 공식적으로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서 하의원은 제보(radiohaha @ naver.com)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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