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마산동부경찰서
중국에서 활동하며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온 금융시가 조직의 총책(속칭 다거·大哥)이 처음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연합뉴스 등 국내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12일 사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금융사기 조직의 중국 총책 박모(35)씨와 국내 대포통장 공급책 정모(31)씨, 인출책 한모(38)씨 등 11명을 구속했다.
또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개당 10∼20만원씩 받고 팔아넘긴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로 오모(24)씨 등 5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다거'(맏형이라는 뜻)로 불리는 총책 박 씨 등은 지난 10월 10일 김모(51·서울 서초구 반포동) 씨의 계좌에서 총 17차례에 걸쳐 5천만원을 빼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악성코드를 유포해 김씨 컴퓨터를 좀비 PC로 만들어 금융기관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짜 홈페이지로 들어가게 한 뒤, 김씨의 인터넷뱅킹 보안카드 번호 등 금융정보를 빼내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지난 9월 24일 최모(48·여·경기도)씨에게 전화를 걸어 "자녀를 납치했다. 입금하지 않으면 장기를 팔겠다"고 속여 300만원을 챙기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파밍·보이스피싱 수법을 쓰거나 대출을 빙자한 사기 행각을 벌여 92명에게서 2억6천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거' 박씨는 지난해 한국에서 알게된 금융사기 조직원의 권유로 중국으로 넘어가 범행 수법을 배운 뒤 지난 6월부터 지린성(吉林省) 연길(延吉)시에서 70명 규모의 독자 세력을 만들어 활동해온 것으로 경찰 수사결과 드러났다.
박씨는 연길 시내의 한 오피스텔을 빌려 본부(콜센터)로 운영하면서 해커에게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본부 유인책에게 건네 인터넷 전화로 국내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빼갔다. 경찰 측은 "박씨가 중국 본부의 조직원들뿐만 아니라 국내에 있는 대포통장 모집책, 인출책 등과도 연락하며 범행을 함께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피해 신고를 토대로 대포통장을 분석하면서 국내 금융사기단을 차례로 붙잡아 들였고 이 과정에서 총책이 박씨라는 사실을 확인, 그의 출입국 기록을 조회·추적하던 중에 최근 다른 용무로 입국한 박씨를 지난 8일 인천 시내의 한 빌라에서 검거했다.
경찰 측은 "각종 금융사기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국내 하부 조직원들을 검거해도 중국 등 외국에 있는 '다거'가 계속 새로운 조직원들을 끌어들이기 때문이어서 금융사기를 뿌리 뽑으려면 '다거'를 붙잡는 게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거'는 주로 외국에 머물며 우리 수사당국을 피해다니는데다 국제 공조수사도 쉽지 않아 그동안 검거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양영진 마산동부서 지능범죄수사팀장은 "중국에서 활동하는 따거가 검거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검거되지 않은 나머지 중국 소재 금융사기단도 공안당국과의 공조수사 등으로 계속 추적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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