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러 전략적 삼각관계는 더 이상 냉전시기에 양자 연맹으로 제3자에 대적하던 관계가 아니며 경쟁과 조율이 병존하는 가운데 전체적으로 상대적으로 안정된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기는 미국의 소프트/하드파워에 치명타를 입혔으며 오바마가 부임한 후 부시주의를 대폭 수정해 외교 ‘뉴딜정책’을 힘껏 추진했다. 오바마 ‘뉴딜정책’의 근본 목적은 여전히 미국의 세계 패권지위를 지키는 것이다. 러시아는 에너지우위를 십분 활용해 강력한 발전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가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실력/지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중∙러와 미국은 국제질서 개혁과정에서 경쟁이 한층 심화되었으나 중∙미∙러 전략 삼각관계는 여전히 통제 가능한 상태에 놓여 있으며 각 측이 모두 모순이 격화되는 것을 피하려 한다.
중국은 현재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지역 대국에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 대국으로 거듭나고 있으며 미국이 갈수록 중국을 신뢰하고 중시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신뢰보다 경계하는 측면이 훨씬 더 강하다. 러시아는 연방국가들을 자기 ‘세력범위’로 간주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미국은 러시아의 전략의도를 경계하며 EU와 연합해 러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견제를 강화하고 있고 러시아는 반격 의지가 강해 중∙미∙러 삼각관계 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로 떠올랐다.
중∙미∙러 삼각관계의 불균형 측면에서 볼 때 중∙러는 비슷한 전략환경에 직면해 있는 데다 공동의 전략이익을 갖고 있어 상호관계가 가장 긴밀하다. 중∙미관계는 전체적으로 발전을 유지하고 있지만 마찰도 끊이지 않고 있다. 미∙러관계는 비록 ‘재개’되었지만 갈등과 대적상태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않았다.
현재 미국은 중∙러 등 신흥대국과의 관계 완화, 강화에 힘쓰고 있는데 주로 전략적 고려 때문으로 심층적인 전략적 견제를 포기할 리 없으며 지정학적 침투로 전략적 견제를 강화하는 것과 접촉/협력을 통해 규범화 유도를 강화하는 ‘양손 정책’은 바뀔 리 없어 중∙미∙러 전략적 삼각관계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오바마 부임 이후 미국의 대외정책은 중국의 영향력을 더 중시하면서 중∙미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중국에 대한 신뢰가 뚜렷이 높아졌다. 일본은 아시아 핵심역량인 중∙일 양국 사이의 전략적 호혜관계를 매우 중시한다고 밝혔다. 미∙일은 전략적으로 아태지역을 더 중시하기에 이 지역에서 중∙미∙일의 대화와 협력이 증진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미∙일의 실력 비대칭이 단시일 내에 개선되기 어렵다. 미국 경제총량이 무려 15조 달러에 달하는 반면 중∙일 경제총량은 모두 5조 달러가 안 된다. 중∙미는 국토가 넓지만 일본은 섬나라로 전략적 공간이 부족하다. 중∙미는 모두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이지만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핵우산 아래 경제대국지위를 확보했지만 정치상에서는 중∙미와 대등하지 않다. 향후 상당 기간 여전히 미∙일관계가 중∙미관계, 중∙일관계보다 밀접한 상태가 유지될 것이다.
중국의 실력이 제고되고 중∙미가 가까워짐에 따라 일본의 우려와 불안이 커지고 있다. 그리하여 중∙미∙일 3자 메커니즘이 ‘양국 그룹’보다 우선이라는 방침을 제기하는 등 삼각관계 메커니즘화를 통해 지역 영향력에서 중∙미와의 격차를 좁히고 중국을 견제하려 애쓰고 있다. 일본이 삼각관계 메커니즘화를 추진하는 목적은 지역, 나아가 세계 대국지위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에 중∙미∙일 삼각관계에 앞으로 커다란 조정여지가 있다.
근래 종합국력이 증대되고 국제지위가 제고됨에 따라 중국이 점차 중∙미∙유럽 관계를 조절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중∙미∙유럽 관계는 예전의 ‘2 대 1’ 또는 비대칭 삼각관계에서 대략 ‘삼각관계’의 모양새를 갖추었으며 단순히 이데올로기로 선을 긋는 게 아니라 국가이익 보호 차원에서 협력/경쟁하고 신뢰/견제하는 관계가 되었다. 중∙미∙유럽 간 협력과 경쟁의 중점은 전통적 안보, 지정학적 정치 등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고 반테러, 핵확산 방지, 기후변화, 에너지 환경보호, 세계 금융 안정 등 분야의 조율까지 아우르고 있다. 이런 분야에서 중국은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발휘하며 점점 많은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최대의 채권국이고 EU도 중국이 유럽경제 회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세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의 협력을 적극 강화하고 있다.
중∙유럽은 모두 단일 패권체제에 반대하며 세계 다극화를 지향하는 까닭에 전략파트너관계까지 맺었다. 또 EU는 중국이 유럽보다 미국을 더 중시해 중∙미가 전 세계적으로 협력을 확대할 경우 EU의 이익에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이 급속히 부상하고 국제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제고됨에 따라 미국과 유럽은 위기를 전가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더 많은 ‘국제책임’을 질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런 측면에서 양자는 공동 이익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부임한 후 유럽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애썼으나 EU가 독립적인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있어 양자의 입장차이가 오래 지속될 것이다. 중∙미∙유럽 삼자는 모두 국제체계 개혁과정에서 자기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추세를 확보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중∙미∙유럽 삼각관계가 주로 미래 세계 추세를 결정지을 것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와 두 차례 전쟁의 영향으로 대내외 정책 실시의 어려움이 커졌으며 대내 정책에 신경을 쓰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EU가 받은 금융위기의 충격은 예상을 웃돌았으며 서유럽 대국은 2차 세계대전 이래 가장 심각한 불경기에 빠졌다. 현재 러시아는 경제구조를 서둘러 조정하고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그 부활추세를 역전시킬 수 없다. 러∙미는 자기 실력과 전략이익을 따져가면서 근래 각급 대화채널을 전면적으로 회복하고 핵무기 감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러∙유럽은 에너지안보에서 상호 의존하고 있고 중요한 경제무역 협력파트너로서 현실적인 이익을 고려해 양자는 마찰을 줄이고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반테러, 핵확산 방지, 기후변화, 금융위기, 에너지안보 등 문제에서 미∙러∙유럽의 상호 조율이 현저히 늘어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NATO의 동유럽 확장문제, 동유럽 미사일방어(MD) 논란 등이 기존 국제안보구조에 충격을 줘 낡은 유럽안보 질서가 지속되기 어려우며 미∙유럽∙러는 유럽안보의 새로운 배치를 둘러싸고 다시 힘겨루기를 할 것이다. 아울러 러시아와 유럽∙미국 사이에 연방국가 쟁탈전이 여전히 존재하며 미국은 전략파트너관계 헌장을 체결해 그루지야와의 관계를 전면적으로 증진시키는 한편, 기타 연방국가를 분리시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에너지 협력은 러∙유럽 양자관계가 발전하는 중요한 초석이며 러시아는 고가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석유가스를 매입해 그 역외 공급을 통제함으로써 지역 에너지구조에서 주도적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의심과 우려가 증폭됐다.
러∙미 관계가 최근 완화되는 조짐이 보이지만 러시아는 미국이 러시아를 견제하고 약화시키려는 전략의도를 분명히 알고 있어 미국의 견제에 반격하는 전략방침이 바뀔 리 없다. 실력이 꾸준히 증대됨에 따라 러시아는 더더욱 미국이 일방적으로 절대 안보를 도모하는 것을 용인하지 못할 것으로 러∙미의 힘겨루기는 여전히 대국관계와 국제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이 독단적으로 세계를 주도하려는 의도가 바뀔 리 없다. EU에 대해 ‘경청, 조율’ 이후 여전히 리더역할을 발휘하려 하는 미국은 EU에 국제사무 주도권을 양보할 리 만무하며 EU와의 동등한 지위도 허용할 리 없다. EU는 중요한 국제역량으로 자리잡아 국제무대에서 더 큰 역할을 하고자 하지만 번번히 미국의 압력에 부딪히고 있다. 중기적으로는 유럽안보 주도권과 NATO 신전략 제정과정에서 양자의 힘겨루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유럽∙미국은 국제금융시스템 개혁, 아프가니스탄 군사파견 등 문제에서 이익 차이와 정책적 이견을 좁히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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