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주요 경제지표가 속속들이 발표됨에 따라 하반기 중국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 양상은 경제구조 전환에 실질적인 진전이 없이 성장률이 급락하는 경착륙이 아니라, 구조전환이 진전되면서 장기 성장 추세에 접근해 가는 연착륙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호에서는 중국경제의 급락여부와 과연 연착륙이 가능한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부문별로 보면, 투자는 그 동안 성장을 주도한 SOC투자와 부동산투자가 주춤하면서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수출은 선진국 경기회복세 둔화로 인해 하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가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성장률 급락을 방어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아울러 물가 압력이 약화되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 대응의 여지를 넓혀줄 전망이다.
중국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리스크 요인으로는 지방재정 부실과 부동산시장 경착륙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고려할 때 위기요인들이 현실의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선진국 경제가 재차 급락하는 것도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지만, 내수부양을 통해 대응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1. 중국 경제 가라앉나
최근 중국 경제에 대한 경착륙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경제 경착륙의 도화선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부동산 버블 붕괴다. 특히 최근 중국의 일부 대도시 지역에서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고 가격이 급락하기 시작하자 부동산 버블 붕괴론이 하루가 멀다 하고 서방 언론을 타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버블이 금융 역사상 최대의 거품’이라고 일갈했던 엔디시에 전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부동산 가격이 2년 내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극단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방정부의 재정부실이 중국 경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숨은 복병이라는 진단도 많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미국 노스웨스턴대학의 빅터 시 교수는 지난 3월 이후 수차례에 걸쳐 “지방정부 재정부실 문제로 인해 2012년경 중국에서 대규모 금융위기가 터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만일 부동산 버블 붕괴 또는 지방재정 발(發) 금융위기로 인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한다면, 세계경제는 더블 딥(double dip)을 면치 못할 것이다. 유럽이 재정위기로 휘청거리고 있고, 미국 경제가 높은 실업률과 주택시장 회복 둔화로 성장탄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중국 경제마저 위기를 겪어 세계경제의 세 버팀목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그 충격은 2008년 9월 본격 시작됐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같은 개도국들이 입는 타격은 특히나 클 것이다.
본고에서는 최근 유행하는 중국 경제에 대한 비관적인 거대담론들이 중국 경제의 흐름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 점검해 본다. 중국 경제의 소프트랜딩의 키를 쥐고 있는 투자, 수출, 소비, 정책 운용 여건 등을 차례로 살펴본 뒤, 중국 경제의 세 가지 위기요인들을 위기의 현실화 가능성 관점에서 점검해 본다.
올 하반기에 중국 경제가 둔화할 것이라는데 본고의 분석 결과도 일치한다. 즉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의 고(高)성장세가 꺾이고 1분기를 정점으로 하여 하강 국면으로 들어서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일각의 우려처럼 세계 경제의 더블 딥을 초래할 정도로 가라앉기보다는 급락과 급등이 이어지는 위기 국면 특유의 경기순환에서 벗어나 장기 추세선에 접근해가는 연착륙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 견조한 소비와 유연한 정책이 성장률 방어
중국 경제를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은 7월 중순 올해 2분기 경제지표가 발표되고 나서부터다. 이 즈음해서 ‘중국 경제가 드디어 가라앉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심각한 회의와 비관의 시선이 급증했다. 여전히 10%를 넘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경제에 대해 이 같은 비관론이 제기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기본적으로 수치의 크기를 보느냐, 아니면 수치의 흐름을 볼 것이냐의 문제이다. 사실 2분기 경제지표들의 수치(각 부문의 전년동기대비 증가율) 자체는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우 높다. 하지만 수치의 흐름(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을 전기(前期)와 비교 혹은 전기대비 증가율)은 좋지 않아 보인다. 단적으로, 월간 지표들의 흐름을 보면 무역수지 흑자를 제외하곤 모든 항목들이 예외없이 6월 들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의 증가 역시 내수경기 악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그리 반길 일만은 아니다. 중국 경기 전망에서 예측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PMI지수나 전력소비량 지표에서도 뚜렷한 하락세가 관찰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가지표 역시 하락반전하여 정책 운용에 대한 제약요인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향후, 특히 올 하반기 경제지표들의 흐름은 전반적으로 최근 흐름이 연장되는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투자와 수출입은 6월 지표의 흐름에서 예고된대로 부진을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소비는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투자와 수출이 깎아먹는 성장률을 만회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에 크게 우려했던 물가 압력은 다행히도 높지 않을 것으로 보여, 중국 정부의 정책 운신 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1) 투자는 대표주자 부재로 부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은 투자가 주도해왔다. 투자는 작년에 중국 경제성장의 90%가량을 담당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성장의 60%를 책임졌다.
2008년 9월 본격화된 금융위기 직후에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민생 관련 투자(교육, 문화, 의료, 환경)가 급증하면서 해외경기 악화에 대한 바람막이 역할을 했다.2008년 10월 현재 전체 고정자산투자의 21.9%를 차지한 SOC 및 민생 관련 투자는 2009년 전체 투자 증가분의 35.8%를 홀로 일궈냈다. 특히 위기 발생 당시 전체 고정자산투자의 10%를 차지했던 사회 간접자본 투자는 2009년 상반기 전체 투자 증가의 16.5%를 기여했다.
작년 초부터는 부동산 투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부의 경기부양 짐을 덜어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작년 말~올해 초에는 투자의 주도권을 SOC 투자로부터 확실히 넘겨받게 된다. 전체 고정자산투자의 1/4을 차지하는 부동산 투자는 올해 상반기 고정자산투자 증가의 1/3(32.1%)을 기여할 정도로 투자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올 하반기 투자 전망은 밝지 못하다. 무엇보다, 부동산 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급등이 경제 안정성을 저해하고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 4월 중순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 대책(‘신국10조(新國10條)’)을 내놓았다. 그 동안 수차례에 걸친 대책에도 끄덕없던 부동산 시장이 이 조치에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5월부터 거래량 증가세가 멈칫 하더니, 6월 들어 전월대비가격 상승률이 마이너스대(-0.1%)로 떨어졌다.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일부 대도시들의 부동산 거래량은 6월 들어 30~50% 떨어지고 가격도 완연한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에서 부동산 거래량 변화는 4~5개월의 시차를 두고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험에 의거해 볼 때, 전국적으로는 올해 4분기쯤 부동산 가격 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하락 폭은 일부 버블이 많이 낀 지역은 20~30%, 전국 평균으로는 10%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시장이 조정을 겪음에 따라 부동산 투자는 1, 2개 분기의 시차를 두고 올해 연말이나 내년 봄부터 둔화세를 나타낼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부동산 투자의 급락을 방지하고 실수요자의 내집마련을 지원한다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중 300만 가구의 보장성 주택을 공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배정된 건설용지가 올해 공급되는 주택 건설용지 중 13%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보장성 주택 공급 활성화가 상품방과 관련한 투자 증가세 둔화를 역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투자 이외에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사회간접자본투자는 각 지방정부가 주도해왔다. 지방정부는 중국 법령상 균형예산을 유지할 의무가 있으며, 융자를 받거나 자체적으로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이에 따라 산하에 ‘○○투자공사’라는 이름의 융자 플랫폼을 통해 은행 대출을 받아 예산외 지출 형태로 SOC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SOC 투자가 단기간에 과열 중복투자 양상을 빚으면서 이들 융자 플랫폼이 급격히 부실화되자, 중앙정부는 지난 6월 이들 융자 플랫폼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방침을 선포했다. 공공성이 강하고 생존가능성이 있는 투자공사는 살리되, 그렇지 못한 곳은 합병시키거나 문을 닫게 한다는 방침이다. 예고된 구조조정의 격랑 속에서 올해 하반기 이후 SOC 투자는 종전과 같은 활력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2006~2008년의 경기 호조기에 30%가 투자 증가율을 나타냈던 제조업 설비투자는 전면적인 산업구조 개편의 회오리에 휘말려 있어 당분간 투자를 주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체 고정자산투자의 5~10%에 해당하는 18개 과잉생산능력 업종에 대한 도태 작업이 강도 높은 대응책과 구체적인 로드맵을 앞세워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의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7개의 전략적 신흥산업에 대한 투자는 아직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할 때, 올해 하반기 이후 상당기간 중국의 투자 증가율은 하락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2) 선진국 경기부진으로 수출에 빨간 불
올 들어 중국 수출은 탄탄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상반기에 전년동기대비 43.1%의 증가율을 나타냈으며, 교역총액(수출액+수입액)과 수출액은 2008년 7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최대 수출시장으로 올 상반기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한 유럽 시장에 대한 수출은 유럽 위기가 본격화된 5월과 그 다음달인 6월에 각각 전년동기대비 48%와 42.2%의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두 번째로 큰 교역상대국인 미국에 대한 수출도 5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중국 수출은 증가율이나 시장점유율 면에서 금융위기라는 돌발 요인에도 불구하고 점진적 상승세로 특징지워지는 장기 추세선 상에서 좀체 벗어나지 않았다. 선진국 시장을 대표하는 두 지역에서 올해 1~5월 기준 점유율이 12.4%로 작년 상반기(11.6%)는 물론 금융위기 전인 2008년 상반기 10.1%보다 높았다. 중국의 대 선진국 수출이 견조한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은 중국의 수출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중국 수출상품이 위기 이후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변화에 비탄력적인 강점을 발휘하고 있음은 물론, 비가격 측면의 경쟁력까지 꾸준히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 중국의 수출이 상반기처럼 탄탄한 흐름을 보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무엇보다 유럽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실물경제에까지 점차 영향을 미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경우 실업률이 5월까지 세 달 연속으로 10%선에 머물러 있다. 27개 유럽연합 회원국의 제조업 생산은 4, 5월 들어 실질 기준으로 1% 미만의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유럽 재정위기가 리먼 사태 같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붕괴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위기 당사국들의 국가부채 상환 능력이 확충될 때까지 이어질 간헐적인 금융시장 불안이 실물부문의 회복을 제약하면서 유럽 경제는 당분간 1% 미만의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선진국 수요를 견인하고 있는 미국 역시 다양한 지표들이 하반기 경기둔화를 예고하고 있다. 6월 기존주택 판매는 2개월 연속으로 하락했으며, 소비자신뢰지수는 전달 62.7에서 52.9로 급락했다. 실업률은 9%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의 불안이 재연되고 소비심리가 재차 냉각하는 가운데 주택 구입 관련 세제 혜택을 비롯한 각종 경기부양책의 시효가 차례차례로 만료되고 있어 하반기 이후에도 위기 이 후 지금까지의 비교적 빠른 회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중국 수출업계에서는 이미 올 하반기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 있다. 중국의 경우 수출 주문 접수와 실제 수출 발생까지는 업종에 따라 1~3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수출업계에 대한 몇몇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말~5월 초까지만 해도 수출 주문 상황이 상당히 좋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 달 뒤인 5월 말~6월 초에 실시된 조사에서는 수출 주문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주요 수출상대국들의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3분기 중국 수출에 빨간 불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3) 소비가 견조한 성장세로 성장률 방어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올 하반기 이후 상당기간 투자와 수출의 성장세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풀 꺾일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대외부문과 부동산시장에서 통제불가능한 돌발적인 사태가 전개되지 않는다면, 하반기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세는 소비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들어 중국 소비는 탄탄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급랭하는 상황 속에서도 가계 소비는 10% 가량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기의 추가하락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올 들어 가처분 소득이 꾸준히 증가함(상반기 도시 가구 10.2%, 농촌 가구 12.6%)에 따라 가계지출 증가율도 10% 안팎(도시 9.9%, 농촌 11.5%)을 유지하고 있어 소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소득과 소비심리의 개선 이외에 소비 성장세에 탄력을 주고 있는 것이 정부의 소비부양책이다. 2009년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소비부양 프로그램은 올 들어 기한이 연장되거나 지원 대상 품목이 넓어지면서 꾸준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구매 금액의 13%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프로그램의 경우 올 초부터 대상 품목의 가격상한이 상향조정되면서 지금까지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왔던 글로벌 가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역별로 1개 품목이 추가되면서 시장 볼륨도 커졌다. 도시 지역에서 실시되고 있는 가전 이구환신(以舊換新)의 경우 기한이 2010년 5월에서 2011년 말로 연장되었으며, 올 6월부터 적용 지역이 종전의 9곳에서 19곳으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소비부양 프로그램들이 연장 또는 강화되면서 지난해 서서히 감소하던 한계 구매유발 효과가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이 밖에 ‘자동차하향’, ‘자동차 이구환신’, ‘소형차 감세’ 등의 기한이 2010년 말로 늦춰졌으며, 친환경차량에 대한 보조금, 소비금융회사 설립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올 들어 새롭게 실시되고 있다. 이제 첫 삽을 뜨기 시작한 의료개혁, 농촌연금 도입 등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개선도 민간소비 활성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갖가지 제약요인들을 감안할 때, 올 하반기 중국 소비가 강한 성장세를 나타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에 소비 성장세를 주도해온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판매의 신장세가 올 2분기 들어 뚜렷한 하락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기저효과가 소멸되고 이연(移延)소비 효과도 약발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부동산 경기의 악화는 부(富)효과와 모기지 대출 이자부담 증가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가계 소비 성장을 옥죄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구조적으로는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면서 가계소득 성장률이 또다시 경제성장 속도에 뒤처지는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점이 구조적으로 가계소비의 레벨업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4) 정책 운신 폭 넓고 유연한 정책 운영 가능
중국의 소비자물가는 올 들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며 인플레 우려를 한결 가셔내고 있다. 특히 5월 이후 식품 가격이 전월대비 두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 편제에서 33.5%의 가중치를 부여받은 식품 가격 안정세는 다행히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여름 작황이 건국 이래 세 번째로 좋았고 최근 6년간 연속 풍작을 거둔 덕에 식량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기상이변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일시적으로 채소 가격이 급등할 개연성이 있지만, 중국인들의 식단에 하루도 빠지지 않는 돼지고기 값은 최근 사육두수의 인위적 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정적 하락세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소비자 물가 변동의 13.6%를 설명하는 주거비용은 최근 도시의 주택 임대료 가격이 이상급등하면서 일시적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하반기에 예상되는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안정세를 회복할 전망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고려할 경우 올해 CPI가 중국 정부의 가이드라인인 3%를 크게 상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생산자 물가 역시 기저효과 소멸과 국제유가 안정세에 힘입어 최근 가속이 붙은 임금상승 추세에도 불구하고 급등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낮다.
물가 부담을 덜게 된 이상 중국 정부의 출구전략은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금리인상을 가급적 피하고 지금까지처럼 신규대출 규모를 중간목표로 한 점진적 통화량 조절 형태를 띨 것으로 보인다. 2009년 여름부터 본격화 중국 정부의 통화긴축은 보수적인 방식으로 완만하게 진행돼왔다. 처음에는 단기대출 위주로 신규대출 총액을 줄여나감과 동시에 공개시장 조작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양동작전을 전개하였다. 2010년 들어 V자형 경기 반등이 확연해지는 것을 기화로 또다시 경쟁적인 신규대출 확대가 이루어지자 세 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강력한 경고 시그널을 보냈다. 이 같은 긴축 노력을 통해 작년 말부터 시중 유동성 증가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올 들어 일부 지역 부동산 버블이 커지는 등 시중유동성의 규모보다 시중유동성의 분포가 문제로 대두됐다. 이렇게 해서 나온 것이 올 4월의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 대책이었다. 돌이켜볼 때, 중국 금융당국의 그간의 행로에서는 실물경기에 대한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면서 긴축효과를 달성하고자 하는 지난한 노력이 엿보인다. 부동산이 안정적 성장 국면으로 연착륙되고, 시중 초과유동성이 생산적인 투자처로 흘러들어갈 때까지 점진적인 긴축 스탠스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과 관련한 정책여건은 최근 크게 달라졌다. 과거 중국 정부는 물가급등을 억제하고 과다한 시중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한 수단으로 금리인상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는 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부작용이 커서는 안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다. 올 1, 2월까지만 해도 국제유가가 빠르게 오르고, 은행들의 대출 경쟁이 과열되어 금리인상의 필요성이 높았다. 반면 경공업 부문의 경기회복이 부진하여 금리인상의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못해 전전긍긍하던 형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반적으로 물가 오름세가 한풀 꺾이고 유동성 조절이 중국 정부의 연초 계획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고용시장 상황은 동부 연안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 공급부족 사태가 빚어질 정도로 상당히 호전되고 있다. 금리인상의 충격파를 감당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지만, 굳이 강력한 출구전략을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중국 정부 내부의 시각은 아직도 유럽 재정위기, 중국 내 부동산시장 버블, 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과도기적 투자 부진 등 대내외적 불안요인이 채 가시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착륙 기미가 보일 경우 지금까지의 조심스런 긴축 입장에서 급선회하여 경기부양책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다는 태세다. 이러한 내부 기류를 감안할 때 금리인상은 올해 경제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연말 이전에 단행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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