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음료업체이자 세계 5대 음료업체인 와하하(娃哈哈)그룹 쭝칭허우(宗庆后, 1945년생) 회장은 중국에서 ‘음료대왕’으로 불리는 사업가로 중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다.
중국 재계정보 조사기관 후룬연구원(胡润研究院)이 지난 2010년 9월 발표한 ‘중국 부자 명단’에 따르면 쭝칭허우 회장은 800억위안(14조1천360억원)의 개인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개인자산 680억위안(12조원)으로 기계제조업체인 '싼이(三一, Sany)중공업'을 이끌고 있는 량원건(梁稳根, 56)에 이어 2위로 밀려났지만 올해는 800억위안으로 1위를 재탈환했다.
쭝칭허우 회장은 근년 들어 바이두 CEO 리옌훙(李彦宏), 싼이중공업 량원건 회장 등과 함께 중국 부자명단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 중 하나로 40대 초반까지 가난에 시달리며 어려운 생활을 했지만 1989년 44세에 와하하그룹을 창립한 후, 20여년만에 중국 최고 갑부가 되는 신화를 창조했다. 쭝칭허우 회장은 어떻게 중국 최고 갑부 반열에 올랐을까?
▲쭝칭허우
인고의 세월 끝에 中 최고 갑부로
쭝칭허우 회장은 1945년 장쑤성(江苏省) 쑤쳰시(宿迁市)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20세기 초 동북지방의 군벌로 유명했던 장쭤린(张作霖)이었으며 아버지 쭝치뤼(宗启騄)가 국민당 정부의 관리로 일했던 덕에 유년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다. 하지만 1949년 국민당이 공산당에 패해 타이완(台湾)으로 쫓겨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장남인 쭝칭허우를 비롯한 5남매는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수입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야 했다.
어려운 가정 사정으로 인해 1963년 뒤늦게 중학교를 졸업한 쭝칭허우 회장은 곧바로 저장성(浙江省) 저우산(舟山) 마무(马目)농장에서 소금을 캐고 만들어 운반하는 작업을 하며 생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이듬해에는 인근 뤼싱(绿兴)농장에서 관리인 생활을 하는 등 15년여 동안 육체노동을 했다. 1978년 33세에 항저우(杭州)에 와서도 한 종이상자 공장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등 40대까지 항저우의 여러 공장을 전전하며 힘든 생활을 해야 했다.
이같은 생활 가운데서도 쭝칭허우 회장은 “항저우의 리카싱(李嘉诚, 리자청, 중화권 최고 갑부)이 되겠다”는 신념을 버리지 않고 책을 읽고 공부하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쭝 회장은 1987년 초 14만위안(2천474만원)을 투자해 초•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와하하그룹의 전신인 배달 서비스 회사를 설립하면서 인생의 전기를 마련한다.
회사 설립 초기, 쭝 회장은 회사에서 탄산음료와 막대 아이스크림을 팔며 자금을 모은 후, 1988년 아이들이 영양음료로 복용할 수 있는 내복액을 만들었다. 부모들이 아무리 살림이 어려워도 자녀를 위한 내복액은 살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맞아 떨어져 첫해부터 인기를 끌었다.
3년여 동안 내복액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돼 인기를 끌면서 쭝 회장은 시장 수요를 충족시키고자 1991년 국영식품공장인 항저우관터우(杭州罐头)식품공장을 8천만위안(141억원)에 인수해 ‘어린이의 웃음소리’라는 뜻의 회사 이름인 ‘와하하식품그룹’을 창립하기에 이른다. 인수합병 후인 1991년, 와하하의 시총은 1억위안(178억원)을 돌파했으며 규모는 더욱 커져간다.
현재의 성공에 안주할 수도 있었지만 쭝칭허우 회장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생수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쭝 회장은 당시 경쟁이 치열한 데다가 자체 생수 생산설비 및 기술이 없는 것을 감안해 세계적 생수 브랜드 ‘에비앙(EVIAN)’ 생산업체인 프랑스 ‘다농(DANNON, 중국명 达能)’과의 합작을 선택했다. 와하하는 1996년 다농과 49대51의 지분 합작으로 전국 생산 및 판매망을 생수 합자회사 5곳을 설립했다.
쭝 회장의 선택은 맞아 떨어졌다. 다농과의 합작 덕에 ‘와하하’ 브랜드는 단시간에 중국 전역에 알려졌으며 다농의 브랜드 이미지 덕에 소비자의 신뢰를 쌓는데도 성공했다. 와하하는 합작 10년여만에 생수 시장점유율 23%를 장악해 중국 최고 생수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와하하그룹은 현재 29개 성(省)에 150여개의 분공사를 두고 있으며 전체 직원이 3만명을 넘는 중국 최대 음료업체이다.
▲쭝칭허우는 '페이창콜라'로 중국 콜라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사업 다각화로 승승장구
쭝칭허우 회장의 도전은 계속 이어졌다. 1998년에는 콜라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생수 사업과는 달리 자체 기술로 승부를 걸었다. 당시 중국의 콜라 시장은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양분하고 있었는데 와하하는 자체 콜라 브랜드 ‘페이창콜라(非常可乐)’를 출시하고 콜라 시장에 도전했다.
쭝칭허우 회장은 “중국인은 서양 콜라가 아닌 중국산 콜라를 마셔야 한다”는 애국 마케팅을 호소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고 이는 성공했다. 1998년 ‘페이창’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했지만 1999년에는 10%를 넘어섰으며 현재는 연간 생산량이 60만톤을 넘어서는 등 콜라 시장에서 코카콜라, 펩시, 와하하가 다투는 3강 구도를 정착시켰다. 지방 주요 도시에 제품을 먼저 출시한 후, 대도시에 진출하는 ‘마오쩌둥(毛泽东) 전략’도 한몫했다.
이뿐만 아니라 쭝칭허우 회장은 “와하하가 업계 선두를 유지하려면 다원화 경영이 필요하다”며 2002년 아동복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건강, 편안함, 아름다움’을 모토로 한 와하하 아동복은 10년이 지난 현재 중국 전역에 800여 개의 전문 매장과 5개 물류센터를 운영할 정도로 입지를 굳혔다.
더욱이 지난 2009년에는 합자 관계를 유지해 온 다농의 지분을 모두 인수하고 생수에서도 독립 경영을 선포하면서 와하하그룹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지난해 기준 와하하그룹의 총매출은 678억5천5백만위안(12조여원), 순이익은 123억3천4백만위안(2조1천8백억여원)을 기록했다. 현재 추세라면 향후 1~2년 안에 중국 100대 기업 안에 진입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쭝칭허우에 대한 엇갈리는 평가
쭝칭허우 회장은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가로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탈세, 미국 영주권 등으로 구설수에 여러 차례 올랐기 때문이다.
다농의 한 관계자는 와하하가 지난 2008년 다농의 지분 인수 과정에서 “쭝칭허우 회장이 지난 2007년 개인소득세 3억위안(530억원)을 탈세했다”고 폭로해 언론의 관심을 받았다. 저장성세무국은 쭝칭허우 회장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조사한 결과, 실제로 탈세한 것이 확인됐다. 다만 쭝칭허우의 탈세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처벌을 하지 않았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2008년 6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한 변호사가 홍콩매체 펑황넷과의 인터뷰에서 “쭝칭허우를 비롯해 가족들이 미국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쭝칭허우 회장은 지난 2003년부터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로 활동해왔기 때문에 그의 미국 영주권 취득은 중국 언론의 질타를 받기 충분했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었지만 쭝 회장의 딸과 둘째 아들은 아예 미국 국적을 취득해 여론의 비난을 한몸에 받아야 했다. 쭝 회장은 “사업상 목적으로 지난 1999년 미국 영주권을 취득하고 9년여간 유지해왔다”며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애국심은 변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이 구설수에 올랐지만 쭝칭허우 회장에게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나눠주는 등 직원 복지에 신경쓰며 굉장히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일을 위해 골프를 비롯한 그 어떤 운동도 즐기지 않는다.
또한 투철한 절약 정신도 본받을 만한 부분이다. 쭝칭허우 회장은 굉장한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대부분 직원 식당에서 해결하며 와하하그룹 본사도 아직까지 항저우역 인근에 있는 낡은 6층짜리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내 하루 용돈은 150위안(2만7천원)”이라고 밝힐 정도다.
자선 기부에도 열심이다. 쭝칭허우 회장이 지난 21년 동안 공익사업, 자선기금에 투자한 돈만 2억4천5백만위안(480억원)에 달한다.
홍콩매체 펑황넷은 쭝칭허우 회장과 관련된 특집 보도에서 “쭝칭허우 회장은 사업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자신의 정치적,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법규를 어긴 것은 분명하다”며 “그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나중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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