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중견기업 ‘빨간불’ 중소 벤더업체 ‘직격탄’
<한중 수교 20주년 기획 시리즈>
①위기의 기업들
②불황을 이기는 기업들
③내수시장에 성공한 기업들
④내륙으로 향하는 기업들
오는 8월 24일로 한•중 수교 20주년을 맞는다. 1992년 이후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한 지 20년째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상대국이 됐고, 수교 당시 64억 달러였던 교역액은 2456억 달러로 38배 증가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직접투자(FDI)는 1992년 2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495억 달러를 넘어섰다. 중국의 꾸준한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또한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런데 최근 몇 년새 중국의 기업환경이 변했다. 법규정 강화, 인건비 인상, 원자재가격 상승에 유럽•미국 등 글로벌 경기둔화 악재까지 겹쳐 기업실적은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긋고 있다. 한국으로 철수하거나, 원가 낮은 동남아 시장에 발길을 돌리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여전히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염두한 기업들은 내륙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진출 20년, 한국기업이 흔들리고 있다.
화둥, 산둥지역의 한국기업에 자재를 납품하는 A업체 김 모 부총경리는 “요즘 자동차 업종 외에는 거의 모든 한국업체들이 죽을 맛이다. 소규모 중소업체는 물론 철강, 중장비, 가전, 전자 등 대기업들도 대책마련으로 고심 중”이라고 전한다.
최근 부동산, 건설 경기 불황에 중장비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현대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공장도 생산라인이 멈췄다고 한다. 계속해서 감원바람이 일고 있고, 부품업체도 함께 올스톱 상태라는 것. 건설경기가 호황이었던 불과 2~3년전 만해도 공장 앞에서 굴삭기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일 만큼 승승장구했던 업체들이 최근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불황은 백색가전 업체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톈진 LG 에어컨공장이 매각과정에 놓였다는 얘기가 벤더업체들 사이에서는 흘러나온다. 난징 LCD 공장 역시도 경기침체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쑤저우의 삼성 에어컨공장도 고전 중이다. 삼성 협력업체에 따르면 에어컨 생산량이 예년 30~40% 정도 수준으로 줄어 부품업체들도 적자상태라고 털어놓는다.
중국 TV시장 경기 부진은 삼성 LCD, VD공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삼성 TV공장의 한 부품업체는 “삼성 VD공장이 베트남으로 이전하기로 결정돼 몇몇 벤더업체들도 함께 베트남행을 준비 중”이라며 중국시장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또,모 대기업 협력업체인 C사는 3000여명 직원의 인건비 상승과 매출감소로 지난해 12월부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C사 관계자는 “계속되는 단가인하와 사회보험법 실시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8개월째 적자운영상태이며, 돌파구를 찾기도 어렵다”라고 밝혔다.
중국시장의 계속되는 원가상승은 의류업체들을 동남아 시장으로 내몰았다. 중소 업체들은 3년전부터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인건비가 낮은 지역으로 핸들을 틀기 시작했다.
직원 1000여명 규모의 동관(东莞)의 한 의류봉제업체는 지난해 미얀마로 옮겼다. 업체 관계자는 “동남아 인건비는 3년전 만해도 중국보다 50% 가량 저렴했으나, 이제 중국과 동반 상승 추세여서 격차가 점차 줄고 있다”라며 “이에 반해 미얀마는 인건비가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의류봉제분야의 동남아행은 중소 업체에 그치지 않는다. 의류유통업체 장 모 대표는 “이랜드도 중국 내수의 50%를 해외 생산으로 돌리기로 했다”라며 “최근 베트남에 공장을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경기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대기업, 중견기업의 중국시장에서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벤더업체들은 중국시장 철수 여부를 결정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들이 더욱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향후 전망 또한 불투명하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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