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상회 주최로 8년째 개최해온 ‘중국어 말하기대회’가 원칙없는 진행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상결과가 민감한 고등부 일부 참가학생들은 주최측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대회의 부당함을 알리는 일부 학생들은 “당초 1000자~1200자 글자수로 발표시간 5분이내의 원고를 준비하도록 공지했으나 주최측은 당일 현장에서 ‘3분’으로 발표시간을 줄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5분짜리 원고를 작성하고 외우며 대회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당혹스러워했지만 주최측은 “대회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현장에서 진행방식이 바뀐 것은 발표시간만이 아니다. 말하기 대회 특성상 ‘암기하여 발표’라는 주최측의 공지는 “생각이 안나면 원고를 봐도 된다”는 것으로 방식이 바뀌어 참가학생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주먹구구식 진행으로 수상결과 발표 후 몇몇 학생들은 항의를 하기도 했다. 3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감점을 당해 수상권에서 멀어졌는가 하면, 원고를 보고했던 학생 중에 수상명단에 들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는 사전에 심사위원들과 대회방식에 대한 소통이 제대로 이뤄졌을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이 같은 진행은 행사를 급히 마치려는 주최측의 안일함이 빚어낸 결과라는 지적이다. 공지한 대로 사전에 예선을 치루고 본선에 소수만이 참여했다면 차분한 진행이 가능했을 것이다.
이에 주최측인 한국상회는 “원고접수 마감일 25일까지 16~17명 신청해서 예선이 불필요할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마감일 이후에 5~6명이 추가로 접수하면서 22명으로 늘어나 부득이하게 본선 시간을 줄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회 원칙은 이미 접수기간부터 무너졌던 것.
지난해에는 1차 서류심사와 2차 예선, 3차 본선 순으로 진행됐으며 초중고 각 7명만이 본선대회에 참여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대회 직전 심사위원에게 참가학생 22명의 원고를 나눠졌으며, 5분 분량으로 작성된 원고를 3분에 걸쳐 발표하는 동안 표현능력, 내용의 독창성, 글의 완성도, 중국어 활용 능력 등을 종합해서 심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대회 결과에 대해 항의하는 학생을 ‘상을 받지 못해서 그러는 것 아니냐’는 자세로 대응하고, ‘나름 봉사하는데 이런식으로 하면 내년부터는 안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것은 그야말로 진행의 미숙이 아닌 진행자의 미숙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한 학생은 “이런 식의 대회인지 알았으면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수상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라고 억울함을 달래며 대회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올해로 8년째 개최되는 ‘중국어 말하기 대회’는 상하이에서 중국어를 공부했고, 중국학교를 다니는 학생이라면 한번쯤 도전을 꿈꾸게 하는 의미있는 대회로 자리잡아가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정당한 실패와 공정한 성취를 얻는 성숙한 대회로 이끄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자 주최측인 한국상회의 역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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