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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해한국상회 재정운영 상황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론화됐다. 일부 집행부들은 대의원회의를 중심으로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결집력을 보였다. 아예 등을 돌린 집행부도 생겼다. 회비를 납부했던 회원사들은 당당히 해명을 요구했다. 회원들과 교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낸 이번 한국상회 사태가 ‘실’만 있는 것은 아닌 듯 보인다.
그렇다면 집행부와 회원사들은 한국상회 재정상태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물론 리더의 책임이지만, 비단 리더만의 책임일까라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는 11월, 한국상회는 모든 회원사가 참석할 수 있는 정기총회를 연다. 이 자리에서 한국상회의 재정운영 상태를 공개한다.
회비납부 3년만에 반토막, 지난해 44만元
2015년 23대 한국상회 재정상태를 짚어보자. 정희천 회장의 임기가 시작된 첫해 회원 241개사가 탈퇴했다. 신규회원이 46개사 늘었지만 전체 회원은 2014년 605개사에서 412개사로 뚝 떨어졌다. 139개사가 감소했다.
회비 납부도 마찬가지다. 정한영, 박현순 회장 임기 당시 연 80만위안 넘어섰던 회비는 60만위안대로 곤두박질 치더니 급기야 지난해 44만위안으로 반토막 났다. 불과 183개 회원사만이 회비를 납부해 2014년 대비 21만7000위안이 줄어든 것. 총수입도 62만6037위안 감소했다. 3년 전과 비교하면 역시 절반 수준이다.
전년도에 10만9440위안의 이월금으로 시작해 11개월만에 겨우 4만2463위안의 잔액이 남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2016년 1월 이후 인건비까지 걱정하는 상황에 이른다. 매월 지출해야 하는 고정비(인건비, 임대료, 관리비, 전기세 등)를 합해 약 5만위안도 낼 상황이 안돼 인건비가 밀리기도 한다. 전례 없는 일이다.
기부금을 한국상회 고정비로 유용(?)
재정이 바닥난 한국상회는 ‘교육발전위원회’라는 이름을 내걸고 올해 3월 ‘청소년 교육 기금 모금’을 타이틀로 한 '박현순 회장 출판기념회’에서 4만4430위안을 전달받았다. 참석자들은 좋은 일에 쓰인다는 마음에서 책을 구입하고 기금모금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 기부금은 한국상회 주관사업인 중국어말하기대회, 사생대회, 교육정보가이드북 출간에 2만위안을 비롯 상총련, KOMA 학생 자원봉사단, 상해한국학교 축구팀과 청소년 감동캠프, 백범 스카우트, 청소년 지역봉사단 지원금으로 쓰였다. 기부자들의 취지와 기부금 용도가 엇박자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이 기금은 6개월이 지난 9월에서야 집행됐다. 집행이 늦은 이유는 재정이 바닥난 한국상회가 이 기부금을 임대료와 관리비를 납부하는데 대신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정회장 발전기금 50만元 납부 불구 잔액 6만元
최근 사태 후 정회장은 7월부터 9월사이 50만위안의 발전기금을 출연했다. 그러나 고스란히 인건비 등 고정비 납부에 쓰이고 현재 잔액은 약 6만위안 가량 남은 상태다. 발전기금 출연이 없었다면 사무실 운영조차 힘든 여건이었던 것. 이 지출내역 중에는 현 한국상회 문제점을 공개하며 개혁위 편에 선 전임 사무총장의 퇴직금과 인센티브 명목의 14만8000위안이 포함돼 있다.
회원사•회비감소에도 씀씀이 ‘여전’
회원사 감소, 회비 감소, 총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출규모는 어땠을까.
회원사와 교민들은 ‘어려운 재정상태 속에서 출장시 항공 비즈니스석은 올바른 지출이었냐’고 지적했다. 이에 정회장 측은 비난한다면 달게 받겠지만, 개인 판단의 문제라고 돌려 말하곤 했다.
또 2015년 11월 한국상회 통장잔액이 4만위안으로 바닥을 쳤던 시기,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 회비 3만위안을 한국상회 공금으로 납부한 것이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전례 없는 지출이라 공적업무로 판단해 공금으로 납부했다고 한다. 상해한국상회에 전례가 없다면 다른 지역한국상회에서 사례를 찾으면 된다. 재중한국인회 상임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상해한국상회 김영만 수석부회장은 연 2만위안을 개인비용으로 납부하고 있으며, 다른 지역 한국상회도 대부분 개인이 납부하는 것으로 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다음달이면 적자에 허덕일 재정상태로 11월 화동연합회 공식행사 후 뒷풀이 유흥업소 비용 1만5000위안까지 한국상회 회비에서 지출한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대목이다.
재정위기 감지하고 대응했어야
한국상회는 단지 회비 규모나 수입만으로 성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상하이 한국기업들을 대표하는 한국상회라면 회원사 확보가 회비 납부 못지않게 중요하다. 1년새 241개 회원사가 탈퇴했다면 회장과 사무국 담당 부회장은 무언가 심각한 상황을 감지하고 대응했어야 했다. 기업에 비유하자면 파산위기 상태에서 누군가는 도피했고, 손님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으며, 해외여행을 즐긴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제 와서 원죄는 내부고발자라고 손가락질할 것인가. 교민들은 책임지는 한국상회를 원한다.
재정상태 양호했다면 사태 방지됐을 터
재정상태가 이 정도로 열악해지지 않았다면 ‘돈’문제로 인한 ‘내부자’가 생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집행부와 임원들이 이번 사태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서듯, 재정회복을 위해 진작 머리를 맞댔다면 원만하게 해결됐을 일인지도 모른다. 회비를 낸 회원사의 반발, 교민들의 흥분과 분노를 억울해할 일만은 아니다. 대표와 대표단체가 아니라면 듣지 않아도 될 원성인 것이다.
총영사관은 이 같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상해한국상회가 ‘분규단체’로 분류돼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정회장은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세계한상대회’행사에 ‘분규지역’이라는 이유로 입구에서 제지를 당한 일이 발생했다. 부끄러움은 우리의 몫이다. 누구를 탓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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