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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7일 중국과 일본은 수교 50주년 해를 맞았다. 지난달 7일 중일 양국의 정·재계 인사와 여러 분야의 지식인 등 100여 명이 모여 양국 관계를 논하는 ‘도쿄·베이징 포럼’을 개최했다.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전(前) 외교부장 왕이(王毅)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교 정상화 실현의 초심과 사명을 상기하며 양국 관계를 올바른 방향에 따라 지속적·안정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왕이가 국교 정상화 실현의 초심과 사명을 상기하자고 언급했듯, 현재의 중·일 관계는 '항구적 평화 우호 관계를 확립한다’라는 당시의 취지와는 달리 냉랭하기만 하다.
냉랭해진 중·일 관계, 왜?
2020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얼어붙게 하면서 양국의 관계도 얼어붙기 시작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던 일본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게 되면서 만만치 않은 피해를 보게 되었고, 이에 따라 일본 국민 사이에서는 반중 정서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또한 일본은 코로나19에 대해 중국인의 입국을 규제하는 강수를 뒀고 중국도 이에 반발하며 일본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을 철회했다. 그에 따라 시진핑 주석의 방일 예정이 취소되었고, 일본이 트럼프 정부 주도 아래의 ‘대(對) 중국 포위 전략’에 참여하면서 중·일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고 만 것이다. 2020년 당시의 중·일 관계는 그야말로 살벌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이 ‘대중국 포위 전략’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심기를 건드린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중국에 등을 돌린 것은 아니다. 경제와 국가 안보 문제가 관련된 사항에서 동맹국인 미국과의 협조가 불가피할 뿐, 3만 개 이상의 일본 기업이 중국에 진출해 있으며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 관광 수익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고려해 봤을 때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완전히 차단할 수는 없다. 비단 중국뿐 아니라 일본은 외교에 있어 선별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익에 따라 판단해 선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또한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미중이 대립하는 지금, 아시아판 나토(NATO)를 만들면 어떻게 해도 반중 포위망이 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하며 일본 외교가 목표로 하는 전략적 외교에는 옳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재 미국·인도·호주, 총 4개국이 함께하는 안보 협의체 쿼드(QUAD)에는 소속되어 있지만 반중 정서가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아시아판 나토의 설립에는 반대한다는 것이다.
양국의 치열한 영토 분쟁
▲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 (출처: 네이버)
그렇다고 중·일 관계의 개선이 간단하게 이루어지리라 전망하긴 어렵다. 여전히 양국에선 치열한 영토 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댜오위다오(钓鱼岛, 일본 명칭은 센카쿠 열도)가 그것인데, 오키나와의 남서쪽, 대만의 북동쪽의 동중국해 상에 위치한 무인도로 1968년 유엔 아시아 극동경제 위원회(ECAFE)의 해저 지질조사로 동지나해의 일대에 방대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이 밝혀졌다.
중·일 관계 개선이 우선시되었던 1970년대 당시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곧바로 양국 간의 영토 귀속 분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2010년 댜오위다오 인근 해상에서 일본의 해상보안청 순시선과 중국의 어선이 충돌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댜오위다오는 중·일 관계의 새로운 외교 및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다.
결국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의 요구에 따라 중국인 선장을 석방하며 일본 정부의 외교적 패배로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사건의 여파로 일본은 2012년 댜오위다오의 3개 도서(우오쓰리지마, 기타코지마, 미나미코지마)를 국유화시켰고, 이에 중국 정부는 ‘중국 영토 주권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곧바로 댜오위다오를 영해 기점으로 설정한 영해기선을 선포하였다. 또한 2012년 9월을 기점으로 중국 함선의 접속수역의 진입이 많이 증가하였다. 꾸준히 증가하던 접속수역 진입은 2020년 한 해에만 총 333일로 확인됐다.
중국은 해경의 능력과 임무를 꾸준히 확대해 오고 있고, 이에 따라 일본도 대응을 위해 미일 동맹을 강화하며 대중 견제 노선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양국 간의 우발적인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고 그로 인한 정치적·안보적 위기의 확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일 무역
▲2015년~2020년 중일 무역 총액 통계 차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중일 무역 관계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일본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전염병 통제와 더불어 경제 회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일본의 수출의 확대는 경제 회복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일본의 최대 무역 파트너로 중일 무역의 협력 강화는 일본의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뿐더러 중국 경제 발전에도 중요하다. 팬데믹으로 보호무역주의의 영향이 아직 남아 있고 세계정세도 불확실하다. 그러나 중국이 앞으로도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은 분명하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중국 경제는 여전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양국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중국은 2020년에 이미 일본의 최대 수출 시장이 되었고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일본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무역 뿐만 아니라 양국은 과학 기술 분야에서도 여전히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과학 기술에서 상호 보완성이 강하기 때문에 AI·블록체인·빅데이터·신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손을 잡고 서로의 강점을 충분히 발휘해 신기술을 개발한다면 양국의 경제 발전에도 큰 진보가 있을 것이다. 양국의 합작이 기대되는 이유다.
앞으로의 중·일 관계는
그렇다면 앞으로 중·일 관계는 어떻게 될까.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중국 측에 친서를 전달하거나 일대일로(一带一路)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일본의 이런 행보로 인해 미국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여론도 존재한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이에 대해 일본이 양국의 눈치를 살피느라 내실 있는 대중 경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6일, 미국이 중국의 고급 칩 제조 장비 수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선언함에 따라 일본도 이에 동참하기로 결정했다. 경제 안보의 구축을 위해 미국과 신흥 기술 개발에 더욱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따라 중국과 일본도 양국 간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모두 국익을 위한다면 지속적인 협력을 해야 하는 관계임은 분명하다. 앞으로 중·일 관계는 양국의 바람대로 호전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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