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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그 동안 아이폰 생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였다. 그 동안 애플은 대만의 이모티콘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에어드롭의 시간을 제한하는 등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조심하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최근 애플은 고조된 미•중 갈등과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탈 중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탈 중국’을 완성할 수 있을까?
▲저장성 항저우 서호 주변 상청구에 위치한 애플 스토어(직접 촬영)
중국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
중국 스마트폰 시장은 ‘제로 코로나 정책’ 에 따른 봉쇄로 크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애플은 중국산 브랜드 샤오미(Xiaomi), 비보(VIVO), 오포(OPPO) 등에 비해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 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시장에서의 아이폰 점유율은 18%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포인트 늘었지만 오포와 비보는 각각 20%, 17%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포인트, 7%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또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주간 판매량 조사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 14 출시 이후 7주간 판매량 1위를 차지해 2022년 하반기의 아이폰 점유율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판매액 기준 애플의 최대 시장은 미국이지만, 유럽과 중국이 2위을 점유했다. 중국인들의 아이폰 사랑뿐만 아니라, 애플에도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출처: 카운터 포인트 리서치 마켓 펄스 서비스)
중국 정부의 편을 드는 애플
애플의 ‘친 중국’ 행보엔 팀 쿡 CEO가 있다. 특히 사용자 정보 보호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공개적으로 강조해온 애플이 중국에선 당국의 검열과 감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온 점이 두드러진다. 뉴욕타임스(NYT)는 2021년 5월 "애플이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 당국 측에 넘겼다"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7년 6월부터 사이버 보안법을 시행하고 있는데 애플이 이에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또한 애플은 암호화된 고객 데이터를 풀 수 있는 '디지털 키'와 고객 데이터의 법적 소유권을 중국 정부에 넘겼다.
▲지난 2014년 애플 CEO 팀 쿡이 중국의 마카이 부총리를 만났다(출처: 구글)
이외에도 애플이 중국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정부 비판 이미지 등을 퍼뜨릴 때 사용해온 근거리 무선 파일공유 서비스 ‘에어드롭’(AirDrop)의 사용 시간을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자사 기기들 사이에 문서•이미지•영상 파일을 빠르게 공유하는 에어드롭 기능의 최신 버전을 업데이트하면서 ‘모든 사람’에게 공유할 때 서비스 시간을 10분으로 제한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중국에서만 이번 업데이트가 이뤄진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고, 내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 제한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그간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며 아이폰 기능을 변경해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2019년에는 홍콩•마카오의 아이폰 이용자들이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볼 수 없도록 해 논란을 빚었으며, 앱스토어에서 중국의 인터넷 방어벽을 우회할 수 있는 가상 사설 망(VPNs) 앱을 제거하기도 했다.
▲중국 애플 스토어에서 1989년 6월 4일 천안문 사태를 상징하는 ‘8964’는 각인 문구로 신청이 불가능하다(左) 한국 애플 스토어右) (출처: 애플 스토어)
이외에도 중국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받을 수 있는 무료 각인 서비스에서도 검열이 이루어진다. 시진핑 국가 주석 이름, 특정 사건을 상징하는 숫자, 특정 문구는 각인이 불가능하다는 문구가 뜬다. 이러한 검열은 중국 본토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 다른 중화권 국가에서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중국이 필요한 애플
애플이 그동안 제조를 중국에 의존해온 이유는 값싼 노동력이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아이폰 상자 뒷면에 적힌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 Assembled in China’에서 Assembled in China는 단순 중국에서 조립되었다는 것보다 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애플의 신제품 소개(NPI) 작업은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NPI란 도면이나 프로토타입으로만 존재하는 제품을 실제로 제조할 수 있도록 상세한 계획을 만들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수천 개의 부품 공급업체가 집약된 생태계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생태계를 단시간에 구축하는 것은 힘들다. 애플은 201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공장에서 ‘맥 프로’ 노트북의 생산을 시작했는데, 나사가 부족해서 초기에 맥 프로 생산은 몇 달이나 지연됐다. 당시 미국엔 작은 나사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없어 중국에 나사를 주문해야 했다. 팀 쿡 애플 CEO는 여러 차례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제조하는 건 비용이 아닌 기술 때문”이라고 밝혔다. “애플 제품엔 정말 고급 ‘툴링(제품별 최적의 가공조건을 구성해주는 것)’이 필요하고, 툴링 기술은 중국이 매우 뛰어납니다.”라며 중국 제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애플의 중국 탈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렇게 중국 공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애플이 탈중국을 말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10월 말, 직원이 약 30만 명으로, 매년 전 세계 아이폰 출하량의 절반을 생산하는 폭스콘 정저우(郑州) 공장에서 코로나 감염이 확산하였다. 중국의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공장이 봉쇄되고, 많은 이들이 음식과 약품을 받지 못하면서 일부 직원들이 탈출을 시도하고, 시위가 일어났다. 이는 애플의 신제품 생산에도 많은 영향을 끼쳐 아이폰 출하 물량이 11~12월 900만 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모건 스탠리(미국 투자은행)는 전망했다.
▲정저우 폭스콘 공장과 코로나 봉쇄로 탈출하는 직원들의 모습(출처: 구글)
애플은 이번 사태로 중국 말고 다른 나라, 특히 베트남과 인도로 생산 시설 이전을 서두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이 그 동안의 중국 제조 고집을 버리고 방향을 바꾸고 있지만 베트남과 인도 모두 현실적으로 당장 중국을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 우선 베트남은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인구가 중국의 10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정저우처럼 수십만 명에 달하는 공장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평가된다. 인도는 인력은 풍부하지만, 정부 차원의 지원이 어렵다는 게 문제다. 지방정부마다 규제가 제각각이라 기업이 이를 헤쳐 나가기 쉽지 않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아마도 애플의 중국과의 결별이 아주 천천히 진행될 거라고 예상한다. 애플은 세계적인 기업이다. 애플의 이러한 행보가 다른 글로벌 기업과 제조업 강국 중국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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