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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찾는 일은 항상 설렘을 준다. 상해에 있는 2년 동안에도 직업상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일이 많기는 했지만, 한국에서 미술관에 가는 횟수에 비하면 10분의 1도 채 안되었다.
한국에서는 너무도 많은 개인전과 전시회의 홍수 속에서 살았지만, 상해에선 선뜻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연유로 상하이저널과 나라나아트가 공동기획한 이번 프로젝트를 보고, 꼭 참여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다.
고품격 문화프로젝트의 출발
■ 홍방예술관
맨 처음 간곳은 ‘홍방’이라는 조각공원이다. 베이징의 ‘798’와 비견되지만 규모는 그보다 턱없이 작다. 이곳은 공장을 개조해서 만들어진 몇 개의 갤러리와 조각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당일은 날씨도 좋아 가족들끼리 나들이를 하기에도 좋았다. 김밥과 사이다를 싸와서 작은 꼬마들과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가족을 보니 르노아르의 태양빛을 가득 담은 명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 민성 현대 미술관
민성 현대 미술관의 작품들은 ‘미래는 당신의 참여를 요구한다’라는 테마로 앞서 ‘상하이 숨은 미술 찾기 1차 투어’에서 다 설명된 바 있다.
그 내용을 조금 간추리자면, 1990년대에 시작되어 미술세계의 활성화를 이룬 YBA's(영국 젊은 작가들)의 공헌을 들 수 있는데, 제이크와 다이스 챔먼, 데미안 허스트, 사라 루커스 등이 이끄는 YBA’s 는 현재 세계 미술세계의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2월 10일 오픈할 때 한 번 보았던 전시였지만, 두 번째 가보니 또 다른 감흥이 있었다. 투어 기획자가 한국말로 설명을 자세히 해주어, 아이들이나 그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다.
입구 첫 벽면에 데미안 허스트의 약국시리즈의 아크릴 화가 있었는데, 이 그림은 단순함 속에 작가의 진실성과 현실성이 번져 나오는 것 같았다.
다음날이 전시 마감 날이라 그런지 겨울을 보내는 전시의 끝자락에서 많은 외국인과 단체 관광객들이 그림을 감상하는 모습이 무척 진지해 보였다.
上海 럭셔리 갤러리를 찾아
상하이 갤러리 콘트라스트 갤러리, 와이탄 3호 갤러리는 평소엔 문턱이 높게 느껴질 만큼 럭셔리(luxury) 갤러리라고 할 수 있다.
■상하이 갤러리
상하이 갤러리에 있는 ‘저우티하이(周铁海)’의 작품들이 있었다. ‘저우티하이’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인데, 마네의 ‘풀밭위의 식사’ ‘오달리스크’ 같은 명화 속 얼굴을 낙타얼굴로 바꾸어서 그려 넣은 화가로 유명하다.
그는 중국미술이 한창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할 때쯤, 중국의 한 기획자가 중국 젊은 작가들의 그림을 바젤의 아트페어 등 큰 전람회에 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미술 컬렉터들은 저우티하이 작품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정도라고 한다.
■ 와이탄 3호 갤러리
치우치에(邱节)의 작품이 있는 와이탄 3호(Bund on The 3) 갤러리는 100여평의 공간에 설치 평면 작업을 보여주었다.
캔버스에 아크릴이 아닌 종이와 연필을 이용한 섬세한 드로잉 작업들을 보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갤러리에 간간히 흘러나오는 중국여가수 등려군의 음악이 어쩜 그리도 작품과 딱 맞는지….
■ 동화랑
동화랑(Don Gallery 东画廊)의 ‘프로펠러 소녀’라는 사진작품들도 기획자의 장르를 넘나드는 선택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중국화가와 함께하는 가족들의 미술교실>
중국화가 장쉬보(张旭波)와 함께하는 미술교실은 가족, 친구단위로 참여할 수 있다.
KIC 아트센터로 이동하면서 약간 피곤함을 느꼈던 나와는 달리, 그림을 그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 꼬마들은 캔버스를 대하는 순간 오전 내내 보았던 그림에 감명을 받아서인지 쓱 쓱 그려내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 장쉬보 화가 옆에는 한국 통역 대학생도 있어서 소통에 있어서도 별 문제가 없었다.
KIC 아트센터의 ‘아트와의 여행’ 타이틀의 그룹전과 한국작가 최형향의 ‘아름다운 제주도’ 전시를 끝으로 우리의 상하이 숨은 미술 찾기 투어는 끝났다.
주최측의 간단한 음료와 다과까지 제공 받은 완벽한 이번 미술투어는 100위엔으로 여러 곳의 미술관을 한꺼번에 보는 Art Day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100위엔과 콩다방의 아메리카노 커피 한 잔만 들고 있는데 이렇게 행복할 수 있을까? 상하이저널과 나라나아트의 고품격 문화 프로젝트는 그야말로 대박이 아닐 까 싶다.
4월 아트 투어까지도 대기자가 있을 정도로 일찍 마감된 이유를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이런 멋진 기획이 4월, 5월까지 이어져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이준희(화가)
현, 상해한국학교 중고등 미술교사
전, 홍익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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