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근
선양 백제원 사장, 중국 외식사업 경력 15년▲연변냉면
온바오 한식세계화에 대한 개인적인 단상을 중국정보사이트인 온바오에 칼럼으로 올리면서 지난 중국 사업을 정리해 보는 기회를 가지게 됐다. 지난 일들을 가감없이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중국에서의 개인적 한식사업 경험이 현지 한인사회와 우리 정부가 추진하는 한식세계화에 작은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필자는 중국 현지의 침체된 코리아타운 1번가를 활성활 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이제 한식을 중국인에게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식이 중국에서 관광자원화, 상품화되려면 중국인의 손을 빌려야 된다. 코리아타운의 힘만으로는 한식의 영세성을 벗어날 수가 없고 한식의 상품가치를 제대로 창출해 낼 수 없다.
우리의 문화가 세계인에게 알려지면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한식은 세계인의 음식이 되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중국 현지에서 한식세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왜 조선족에게 한식요리를 전수하느냐? 우리의 경쟁자를 키운다."는 반대의 목소리도 듣는다. 한국 국내의 식당에서도 조선족 동포를 설거지 하고 청소만 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림픽에서 태권도 경기가 정식 종목이 되고 많은 나라의 선수들이 참가하면 한국 선수의 경쟁자는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태권도를 정식 종목에서 제외시키자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올림픽에서 태권도가 인기 종목이 되고 많은 나라 선수들이 참가하면 할수록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은 올라가고 해외 태권도 사범들의 사업 환경도 좋아지게 된다.
중국에서 한식요리사를 양성하자는 이유도 바로 이와 같은 생각이다. 중국인에게 한식을 가르쳐 한식요리사로 양성해 내면 당장 중국 현지 코리아타운의 한식당에 취직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 사장이 경영하는 한식당에서 주방장을 한 것이 중국인 한식요리사로서 중요한 경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포취업제가 시행된 이후 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한국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래서 현지 한식당의 주방 일손이 부족하다. 한식요리사를 많이 양성해 내면 경영자가 요리사에게 큰 소리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요리사가 부족하니 배짱을 부려도 비위를 맞춰야 하는 상황을 한식당 경영자들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중국에서 한식이 특색요리가 아니라 대중음식이 되어야 한식당을 찾는 중국인들이 더 많아지게 된다. 많은 요리사를 양성해 중국 각지로 보내 중국인에게 우리 음식을 전파하게 하면 중국 현지에서 한식당의 위상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태권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잡고 많은 사람들이 태권도를 배우게 되면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에서 온 사범의 위상이 저절로 올라가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서울의 식당에는 조선족 동포 주방장들이 제법 있다. 특히 선양 시타 출신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 국내의 젊은이들이 한식을 배워 주방에서 일하려고 하는가? 한식요리사를 많이 양성해내면 한국이든, 중국이든 한식당 주방에서 부족한 일손을 채울 수 있다.
조선족 동포는 한 동포이다. 한 민족인 그들이 한국을 가든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세계화시대에 우리 민족문화의 전달자가 될 것이다. 그들을 고급한 한식요리사로 양성해 세계 각지의 코리아타운, 차이나타운에 파견한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한식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소중한 인재들이다.
중국 현지에서는 연변불고기, 무침요리 등 연변음식이 한식보다 더 널리 보급돼 있다. 한중 수교 전부터 중국인의 입맛을 우리의 된장과 꼬추장에 길을 들여와 정통 한식의 사업 전개에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
한식의 범주에는 서울요리, 전라도요리, 평양요리 등과 함께 조선족 특색요리인 연변요리도 포함되어야 한다. 중국 현지에서는 서울요리와 연변요리가 함께 어울려 한식세계화가 실현될 것이다.
이제는 중국에서도 한식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고 한식요리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중국 공민들이 한식 기술로 국내든, 국외든 가리지 않고 널리 퍼져 나갈 것이다.
코리아타운이 움츠려든다고 해서 우리 한식당들도 함께 움츠려 들어서는 안 된다. 한식당이 있어서 코리아타운이 형성됐다. 한식당이 새로운 출로를 찾아야 코리아타운이 새로운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