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용
경북대학교 중문학과 졸업(1988)현대자동차 판매영업부 근무 (10년)
재중국 한국인회(북경) 사무국장 역임
중국 중앙재경대학 금융학과 석사
現북경 건홍투자자문 이사 (kanhmc@hanmail.net)
올해 6월 11일 이베이에서 주관한 미국 오마하의 현인 워런버핏과의 점심식사(巴菲特午餐) 경매가 9명의 입찰자가 참가한 가운데 77번의 경합속에 작년보다 24%가 오른 262만 6300$에 낙찰됐다. 이번 낙찰가격은 역대 최고 가격인 2008년 211만 달러를 초과했으며 낙찰자의 신분은 익명을 요구하여 공개되지 않았다.
2000년부터 시작된 워런버핏(이하 버핏)의 오찬 경매는 출발 당시 최초 2만 5000$에서 시작해 매년 버핏의 명성만큼 낙찰가격이 상승했다. 올해의 가격을 시작 당시와 비교해 보면 100배 이상 오른 셈이다. 그의 몸은 비록 80이 넘는 노구이지만 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올라 그와 나누는 점심식사는 최고의 투자가치가 있는 경매상품이 됐다.
오찬경매에 낙찰된 사람은 지인 7명을 대동하고 뉴욕의 스미스앤드 워런스키(Smith & Wollensky)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버핏과 3시간 동안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정작 이곳의 스테이크 요리 1인분 가격이 100$ 정도임에도 불구하고 수십만, 수백만 달러를 지출한 과분한 식사에 대하여 오찬 경매 낙찰자들은 이제까지 대부분 만족을 하였다고 한다.
버핏이 이렇게 얻은 수익금은 샌프란시스코의 글라이드 재단에 기부하여 극빈자, 노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유용하게 쓰이는데, 남과 밥 한끼 먹어주고 이렇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니 부럽기도 하고 그 아이디어가 참으로 상큼하다.
그런데 더욱 흥미있는 사실 하나는 경매 낙찰자 중 버핏에게 비싼 점심값을 지불하고 이를 통해 훨씬 더 많은 수익을 올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2008년 오찬경매 당첨자인 자오단양(趙丹陽,39)이다. 중국인이 워런버핏 오찬 경매에 낙찰된 것은 2006년 중국 전자제품회사 부부가오(步步高,002251)회장 돤융핑(段永平) 에 이어 자오단양이 두 번째인데, 그는 211만 달러라는 역대 최고금액을 기부하고 버핏과 점식식사를 하였다.
버핏과의 오찬경매가 결정되고 나서 자오단양이 취한 행동은 치밀한 투자자답게 다른 사람과 행동양식이 달랐다. 오찬 경매에 낙찰된 여러 사람들이 익명을 요구한 바와는 대조적으로 그는 공개적으로 언론과의 인터뷰를 갖고 자신이 버핏을 만나면 자기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다고 사전예고를 하였다.
원래 그는 중국 사모펀드 업계에서 알아주는 실력가였으며, 마침 그때 우메이상업(物美商业 Wumart,HK08277)이라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우메이상업은 2003년 홍콩시장에 상장된 슈퍼마켓 체인기업으로 다국적 기업과 중국내 또 다른 대형마켓의 그늘에 가려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상장회사였다.
자오단양은 예정대로 버핏과의 식사에서 그가 소유한 우메이상업(物美商业)을 준비한 자료와 함께 소개하고 그의 조언을 구했다. 그날 그는 버핏에게서 자신의 보유주식에 대하여 특별한 관심을 받아내지는 못했지만 그가 버핏과의 식사를 끝내고 홍콩으로 돌아가면서 즐거운 일이 발생하였다. 오찬장에서 언급한 우메이상업이 매스컴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 한 것이다. 그 해 말 자오단양은 우메이상업 지분을 매각했는데, 그는 여기에서 버핏의 오찬에 지불한 211만$을 제외하고도 1400만 $이나 되는 차익을 거두었다.
투자의 선수답게 자오단양은 주식이 아닌 버핏이란 인물에 배팅을 하여 큰 이익을 얻었다. “뛰는 놈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아마 워런버핏이 알면 기가 찰 노릇이 아닐까 한다. 그 이후로 버핏은 오찬경매 식사에서는 가급적이면 주식에 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회피한다는 소문이다.
중국에서 버핏 효과를 누린 사람이 또 한 명 있는데, 그는 바로 대련의 대양창세기(大杨创世纪,600233)의 리구이린(李桂莲,女)회장이다. 그녀는 1979년 재봉틀 한 대를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여 지금은 1년에 1000만 벌 넘는 양복을 수작업으로만 완성하여 전세계에 팔고 있다.
뚝심있는 그녀는 2007년 버핏이 대련을 방문한다는 희소식을 듣고 버핏의 소탈한 성격을 이용하여 회사를 홍보하기로 작정했다. 버핏이 묵기로 한 호텔을 미리 파악하고 재단사 2명을 대동하여 약속도 없이 용감하게 버핏을 기다렸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버핏이 그녀의 열의에 감동이 되었을까? 과연 그녀는 성공적으로 버핏을 만날 수 있었고 잠깐 사이에 버핏의 몸 치수를 재어 그에게 양복을 건네주기로 하는 큰 선물을 받았다.
일사천리로 만든 양복 두벌은 태평양을 건너 버핏의 사무실에 전달되었고, 버핏은 처음으로 풋풋한 동양 아줌마가 전해준 양복을 입고 홍보아닌 홍보를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그녀는 양복 두 벌 값으로 버핏을 대양창세기의 홍보대사로 임명한 셈이니 돈주고도 할 수 없는 기막힌 홍보를 한 것이다.
버핏과의 이러한 인연으로 그녀는 2009년 버크셔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 주주총회까지 초대되어 공개적으로 회사를 알릴 수 있는 영광도 안게 되었다. 그 결과 대양창세기는 2009년 신고가를 형성했으며 한 해 동안 무려 400%가 넘는 주가상승을 하여 투자자들을 기쁘게 하였다.
그렇다고 버핏이 중국인들에게 봉사만 해준 것은 아니다. 버핏 자신도 중국 주식에 투자하여 크게 횡재한 일이 있다. 2005년 중국석유(中國石油,601857)가 홍콩거래소에 상장될 때 버핏이 대주주로 있는 버크해서웨이는 공모가격에 가까운 주당 1.1~1.3HK$라는 헐값에 1.33%를 매입하여 2007년 중국석유가 상하이거래소에 재상장 되기 직전 모두 매도했는데 그는 이때 700억 HK$라는 10배가 훨씬 넘는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또한 현재도 전기자동차 생산 업체로 유명한 BYD(比亚迪,HK01211) 주식을 2008년 가장 쌀 때 10% 구입하여 현재 4배 이상 이익을 확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