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묵
디지털 유목민 No.1/온바오닷컴 부사장[사업총괄]
▲월드옥타 김대석 이우지회장이 중국사업 성공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6일 오후 3시30분 선양 매리어트 호텔에서는 한인들이 참가하는 포럼 형태의 한상대회 행사 두 개가 동시에 열렸다. 3층에서는 세계의 한인상공인들이 참석하는 제18차 세계한인상공인 지도자대회가, 4층에서는 세계한인무역인들이 참석한 월드옥타포럼이 각각 동시에 진행됐다.
다행스럽게도 아래, 위층에서 동시에 열려 바쁘게 계단을 오르내리며 두 포럼의 주요 장면을 촬영했다. 포럼 참석자가 아닌 기자의 눈과 귀로 동시에 관찰하며 비교할 수 있었다.
지도자대회는 한인상공인들의 한민족 글로벌 리더를 주제로 삼았으며, 옥타포럼은 중국 현지 사업가들의 성공사례를 주제로 삼았다. 지도자대회에는 중국을 비롯해 미국, 동남아 등 세계 각지의 코리안커뮤니티 대표들과 한국의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옥타포럼은 중국 현지의 한국, 중국동포 사업가들이 참석했다.
지도자대회는 서울에서 온 정치인들이 장시간 마이크를 잡았고 옥타포럼은 현지 사업가들이 바통을 이어받으며 각각 5분 동안 발표를 했다. 각각의 포럼에서 구체적으로 거론된 내용을 살펴보면 지도자대회는 참정권에 대한 공명선거가, 옥타포럼은 중국 현지 시장의 성공 비결이 이슈였다.
두 포럼을 비교하며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국내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는 국내 정치의 연장선에서, 현지인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는 현지 한인 생활과 사업의 연장선에서 진행된다는 것이다.
재외국민 투표참여가 결정된 이후, 국내 정치인들의 해외 나들이가 잦아졌다. 방문 취지와 계기는 저마다 다르지만 지향하는 공통점은 분명해 보인다. 국내 각 정당들의 해외 인맥 만들기가 공통의 목적이다. 그래서 '마이크'를 한번이라도 더 잡으려고 하고 한번 잡으면 말이 길다.
해외 각지에서 코리언들이 현지 문화와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 코리언의 세계화는 이루졌다고 볼 수 있다. 세계 각지에서 생활하는 코리언들의 공통 관심사항은 코리언으로서 거주지역에서 풍요롭고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글로벌 코리언의 이같은 관심사항에 국내 정치인들이 얼마나 관심이 있으며 실질적인 도움이 얼마나 가능할 지는 회의적이다. '참정권'은 이와 같은 국내 정치와 글로벌 코리언의 모순을 구체적 문제로 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글로벌 안목과 자질이 떨어지고 재외국민을 단순히 '표'로만 보고 접근하면 '참정권'은 글로벌 코리언 커뮤니티에 분란을 만들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국은 우리와 정치제도와 문화가 다르다. 이를 존중하지 않고 '우리식'대로 행동한다면 중국 현지에서 골칫거리로 받아들여지고 본의 아니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
당대의 우리 모두는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재외국민의 참정권은 단순히 국내정치 표밭의 해외로 확대가 아니라 글로벌 코리언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세계화 과정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정치인들이 자신의 정치적 지위와 영향력으로 해외 한인사회에서 대접을 받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대접 받을 처지가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현지어를 배우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며 '걸음마'부터 시작해 생존의 터전을 개척해온 글로벌 코리언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글로벌 마인드'를 키워야 한다. 한상대회와 같은 좋은 기회에 마이크를 잡기보다는 현지 코리언들의 생활과 사업의 고충과 지혜에 귀를 기울이고 '자랑스런 코리언'을 찾아가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이다.
세계화는 국가를 기본으로 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이다. 현대 커뮤니티의 틀은 영토 범위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와 정신, 즉 문화 범위를 기준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이같은 당대 변화의 맥도 집지 못하고 '글로벌 리더'를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옥타포럼과 같이 현지에서 실패를 극복하고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구체적 사례를 들을 수 있는 자리, 바로 이와 같이 글로벌 코리언들의 생동한 성공스토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실사구시'적 세계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값진 기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