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묵
디지털 유목민 No.1/온바오닷컴 부사장[사업총괄]한상대회에서 '한·중우수상품전시회'와 '한식 세계화축제'가 열렸다. 선양과학궁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 적지않은 현지 선양시민들이 관람을 했다.
전시회 기간인 5, 6일 이틀 동안 전시장을 방문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린 부스는 삼성, LG, CJ,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의 김치 시연장 등의 부스였다. 다른 부스들은 그냥 지나치는데, 왜 이들 부스에는 관람자들이 붐빌까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삼성전자 부스에서 전시회 관람자들이 3D TV를 체험하고 있다
인기몰이의 부스에서는 관람자들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삼성, LG 부스에서는 올해 세계적 IT 분야의 이슈가 되고 3D TV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관람자들은 세계 최초로 3D TV를 생산한 삼성과 LG의 3D TV를 특수안경을 끼고 보며 신기해 했다.
2차원 평면화면에 익숙한 세상사람들은 3차원의 입체 텔레비전이 출시되자, 도대체 뭐가 다르고 어떻게 보이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같은 궁금증은 직접 체험해보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상품전시장 입구에 차려진 삼성, LG 부스에서 3D TV를 메인 아이템으로 소개하고 체험하게 하니 당연히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
▲CJ부스에서 관람자들이 직접 맛을 보고 있으며 한쪽에서는 도우미 아가씨가 양념을 설명하며 관람자를 위해 구운 고기를 집어내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베스트 행사도우미를 뽑으라고 하면 CJ 행사도우미를 일순위로 꼽고 싶다. 세련된 유니폼을 차려입은 미모의 도우미는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관람자들을 맞이했다. CJ양념으로 부스에서 직접 구운 고기를 들고 관람자들에게 권하며 직접 입에 넣어주었다. 무시하고 지나치는 관람자들이 있어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CJ부스에서는 CJ양념으로 직접 맛을 보고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게다가 관람자들에게 국물맛을 내는 닭고기맛 ‘계정(鸡精)'을 선물로 제공했다. 제품에 자신이 있는 기업이 '체험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평가 받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의 김치시연장 부스에서 관람자에게 현장에서 담은 김치를 나눠주고 있다
전시회 2층 구석에 한식세계화 전시장을 꾸렸다. 이곳에서 관람자들의 가장 큰 인기를 얻은 부스는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의 김치 시연장이었다. 궁중요리 등 한식의 일류로 손꼽히는 요리를 전시하는 부스도 있었지만 관람자들은 김치시연장에 몰렸다. 질로 따지면 궁중요리에 비해 김치는 너무도 흔한 음식이다. 그런데 어디서나 쉽게 보고 맛볼 수 있는 김치에 관심이 쏠렸다.
이유가 궁금해서 김치시연장을 가만히 살펴보며 관람자들의 반응을 관찰했다. 김치가 몸에도 좋고 맛있다고 알고 있는 선양시민들은 김치를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김치 만드는 법, 재료에 관심이 많았으며 직접 맛을 보며 즐거워했다. 관람자들은 궁중요리와 같은 '그림의 떡'보다는 '개떡'이라도 직접 맛볼 수 있는 것을 원했다.
그런데 한식세계화를 주제로 한 부스의 대부분은 음식 전시 위주였다. 그것도 선양시민들이 듣도 보도 못한 메뉴들로 말이다. 세계화를 하자면서 자기 중심적 마인드를 못벗어난 것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한국음식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음식이 뭘까? 즉, 외국인에게 인기순위 최고의 음식이 무엇인지, 고민없이 우리 스스로 최고라고 생각하고 뽐내고 싶은 것을 차려놓는 행위의 뿌리는 바로 자기 중심적 마인드이다.
중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은 곧 김치이고 김치는 곧 한국이다. 몇년전 사스 때에는 김치가 전염병을 예방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장에서 김치가 동이 나기도 했었다. "한식에는 이렇게 고급스런 요리가 있어요"보다는 "여러분이 잘 아는 한국요리를 함께 만들어봐요"라는 마인드가 한식세계화의 비결이다. "문화의 확산은 공유를 통해서 가능하다." 연변조선족전통요리협회가 바로 이를 실천적으로 증명했다.
중국에 진출한 우리 업체들은 한결 같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자리잡고 성공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내수시장 공략비결을 말한다고 하면 귀를 쫑긋 세우고 진지해진다. 성공한 업체들을 살펴보면 이번 전시회장에서 발견된 인기몰이 부스의 공통점을 금방 찾아낼 수 있다.
한국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은 기업도 해외에서는 인지도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아무리 질 좋은 상품을 만들었다고 해도 현지 소비자들이 몰라보면 빛을 낼 수 없는 법이다. 이같은 외국업체의 현지 시장 공략법으로는 소비자들과 직접 대면하면서 '체험마케팅'을 펼치며 평가받는 것이 최고이다.
높은 수익을 냈던 한국 의료기기업체들도, 인지도 제로의 한국화장품 업체들도 '소비자 체험마케팅'을 통해서 중국 시장에서 인정받고 자리 잡았다. 이번 한상대회의 한중상품전시회에서도 '체험 마케팅'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한국상품 '전시관'이 아니라 한국상품 '체험관'을 열어 현지 바이어와 소비자들이 한국상품으로 현장에서 맛보고 즐기고 이해하는 '잔칫날'을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 현대 소비자들은 간접적 이해보다는 직접적 체험을 통해 스스로 평가하기를 원한다. 바이어 뿐 아니라 소비자도 '샘플'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