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용
경북대학교 중문학과 졸업(1988)현대자동차 판매영업부 근무 (10년)
재중국 한국인회(북경) 사무국장 역임
중국 중앙재경대학 금융학과 석사
現북경 건홍투자자문 이사 (kanhmc@hanmail.net)
중국대륙이 지금 스지에배이(世界拜),즉 남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월드컵 축구로 온 나라가 뜨겁다.
모든 신문,방송,광고 매체가 온통 월드컵 축구에 관한 얘기를 쏟아내고 있으며 중앙방송인 CCTV의 경우 스포츠 전문채널,축구 채널 ,그리고 각 지방 채널에서 16강 진출 토너먼트 경기를 저녁 2회. 새벽 1회 매일 생중계로 방영하고 있다. 버스나 전철을 타도 직장에서도 그리고 점심, 저녁식사 시간에도 주변 모두가 월드컵 축구이야기다.북경의 경우 올림픽 경기장 메인스타디움 보조축구장에 대형스크린을 설치하여 많은 사람이 새벽까지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시내식당 야외 곳곳에 LCD 스크린을 설치하고 많은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며 멀리서 열리는 월드컵 열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베이징 공안국은 월드컵 열기로 인한 음주운전이 증가할 것에 대비해 사전 음주운전 단속 예시까지 하고 있다.
하지만 흥미있는 것은 이러한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중국팀은 이번 월드컵 경기에서 이미 예선탈락을 하여 중국 축구팬들이 정작 자국팀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그래도 이 팀 저 팀으로 나뉘어 응원을 하며 축구를 보는 그들의 모습은 오히려 승부에 초탈한 듯 즐겁기만 하다. 어떤 축구팬은 이를 빚대어 ‘중국 축구가 치우미(球迷, 축구팬)들이 편한 마음으로 월드컵 축구를 즐기도록 사전 예선탈락하기로 결정하였다’라고 비꼬았다. 축구를 사랑하는 네티즌들은 얘기한다. ‘중국 축구는그동안 너무 국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중국축구의 해뜨는 날은 하느님도 모를거야!’
중국은 현재 올림픽 경기 종합순위에서 세계 1,2위를 다투는 스포츠 강국이다.하지만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축구만은 중국 국민에게 희망을 보여주지 못하고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이번의 월드컵 경우에도 동아시아에서 한국,일본,심지어 북한까지 진출하였으니 스포츠 강국으로서의 중국 국민들이 느끼는 실망과 좌절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2004년 중국의 어느 치우미가 중국축구협회를 대상으로 1펀(한국 1.8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베이징 인민법원에 냈다. 후난성(湖南) 창사시(长沙市)에 사는 장(张)모씨는 당시 창사에서 열린 한-중전을 관람 후 중국 올림픽대표팀의 경기에 분노를 참지 못하였다며 소장에 “중국축구협회의 심각한 직무 유기로 인해, 중국팀이 26년 동안 한국팀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함으로써 중국 축구팬들의 국가적인 자존심에 심각한 상처를 입혔고, 또한 축구팬들의 시간,금전, 정신적인 피해 보상을 위해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개인적으로 “축구를 관람하느라 일할 시간과 애인과 데이트할 시간을 쓸데없이 많이 낭비했다”며 중국축구협회가 이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본래 12억 인구를 대표해 12억 위안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할 생각이었으나, 손해배상 청구비용의 1%에 해당하는 1200만 위안 소송청구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상징적으로 1펀(一份,1위안의 1/100)만 청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후난성의 유능한 변호사가 26위안의 변호비용만 받기로 했다며,이 26위안은 중국팀이 한국팀을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 26년의 고난의 세월”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중국 축구가 현재 내부의 당면한 많은 문제들로 팬들로부터 외면과 홀대를 받고 있는 것은 확실하며 그 이면에는 축구계의 부패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정부도 이의 심각성을 알고 있지만 이러한 문제가 하루 아침에 해결될 사안이 아닌 것도 사실이다. 이는 현재 시중에서 많이 팔리고 있는 서적 <중국 축구내막,(中国足球内幕)>,<축구이야기(球事儿 )>에서 지적되었다.
이 책은 축구전문 기자들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책으로 현재 중국 축구계가 당면한 내부의 제도적 모순과 심판비리,승부조작 등 여러문제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의 발행은 중국 축구계 개혁의 도화선이 되어 여러 사람이 사법적인 심판을 받게 되었고 작가들 또한 비리폭로로 인한 신변의 위협을 느껴 고액의 생명보험까지 들었다는 소문이다.
올해 중국 축구계의 신선한 소식은 중국 국가 대표팀이 한국과 프랑스 국가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연속으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일어났다는 것이다.물론 이것이 중국 축구의 변화를 알려주는 객관적인 잣대로 판가름할 수만은 없지만 어쨌든 중국 축구가 개혁의 몸짓을 하고 있는 와중에 일어난 사건이라 의미가 크다. 중국이 모든 면에서 늘 빠른 변화가 느껴지듯 이번 축구계의 개혁작업도 정부의 확고한 의지가 전달된 만큼 변화가 일어나리라 본다. 또한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은 틀이나 제도에 묶이기보다는 공정하고 자유스러우며 정말로 재미있는 축구를 즐기기 원한다는 것이다.이번 축구계의 개혁 바람은 중국의 모든 치우미들의 정당한 요구인 동시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의 응답이라 생각이 된다.앞으로 중국의 축구계가 많이 변화되어 외국감독 최초의 중국 FA컵 우승을 한 ‘중칭(重庆)의 별’ 한국의 이장수(李章洙 )감독 그리고 안정환 선수와 같은 한국의 우수한 스포츠 인력이 중국에 수출되는 날을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