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용
경북대학교 중문학과 졸업(1988)현대자동차 판매영업부 근무 (10년)
재중국 한국인회(북경) 사무국장 역임
중국 중앙재경대학 금융학과 석사
現북경 건홍투자자문 이사 (kanhmc@hanmail.net)
중국에서 가장 오랫동안 상한가 행진을 기록한 주식은 어느 것일까?
한국에서는 2000년 1월 20일부터 3월 17일 까지 ‘리드코프’라는 주식이 최대주주 변경으로 인한 경영권 인수 소재를 엎고 무려 40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적이 있다.중국에도 그러한 괴짜 주식이 있는데 바로 ST금태(金泰,600385)라는 상해 증권 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이다. ST금태(이하 ‘금태’)는 정식이름이 산동금태집단 고분유한공사(山东金泰集团股份有限公司)로 산동시 제남(济南)에 1989년에 설립된 의약제조 회사로 2001년 7월 23일 상해증권거래소에 상장되었다. 금태는 중국 주식 20년 역사 중 42번 연속 상한가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고 그 이전의 수많은 기록을 갈아치웠기에 중국에서는 요주(妖股)라고도 칭한다.얼마나 그 업적이 대단한지 투자자들이 즐겨부르는 노래가사에도 자주 인용이 되는데 그 내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苦不苦,想一想 385,衰不衰,看一看金泰”(괴로울지 아닐지는 385<금태주식 번호 600385의 약칭>를 한번 생각해보고,기운이 쇠했는지 아닌 지는 금태를 다시 한번 쳐다보라! )종잡을 수 없는 주식시장에서 중국 주식 투자자들은 금태의 화려한 지난 날을 생각하며 자신에게 닥친 투자의 고민과 어려움을 스스로 인내하고 위로하려 했다.
원래 금태는 기업의 비전이나 실적에서 본다면 건강하고 좋은 주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잡주에 가까운 주식이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그 예로 상장한 지 일년 안된 적자 발생,상장시 허위 서류 작성으로 인한 유여명(刘黎明) 동사장(董司长:회장)의 구속,100여 건에 이르는 소송 건수 등이 이를 반증한다.금태는 이러한 사실을 입증하듯 급기야는 중국에서 실적이 안좋은 회사에 씌워주는 불명예의 상징인 ST라는 모자를 1년 반만에 쓰고 결국은 2007년 3월에 거래정지와 함께 새로운 자금수혈을 받게 된다. 이러한 비관적인 현실속에 금태가 다시 빛을 보며 일어나게 된 것은 바로 황준흠(黄俊钦)이라는 사람이 등장하면서 부터이다.황준흠은 중국에서 갑부로 유명하지만 지금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중인 국미집단(国美集团)의 총재인 황광유(黄光裕)의 형이다.
금태는 4개월 간의 거래정지를 당하는 동안 새로운 자금 수혈을 받아 활로를 모색하게 되는데 그 처방으로 나온 것이 바로 80억 주의 유상증자이다.이는 금태가 발행한 그 이전의 총주식 1.48억 주의 무려 54배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였는데 당시 부동산 개발 최대업체였던 만과(萬科,000002) 주식이 68억 주인 것을 감안하면 양대 증권거래소를 통틀어 최대의 부동산 개발 회사가 탄생하게 된 순간이었다.
황준흠은 북경신항기부동산회사(北京新恒基房地产集团有限公司) 및 신항기 지주회사(新恒基控股集团,BVI) 등을 통하여 70억 주 유상증자 배정을 받고 금태의 최대주주가 되는데 그는 이때 금태의 영업항목도 아예 부동산 개발로 변경을 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게 된다.황준흠의 화려한 변신을 시작으로 금태는 7월 9일 재상장이 되면서 상한가행진을 시작하게 되는데 8월 30일까지 연속 42회 상한가를 기록하였다.매일 장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 금태를 사기위해 몰려들었지만 거래는 불과 5분안에 모두 끝났다.이 기간 동안 금태의 주식은 3.96위안에서 25.31위안 까지 무려 676% 상승을 하였고 황준흠이 소유한 주식 총액은 8월 31일 최고가로 계산할 때 1488억 위안에 이르러 홍콩의 부자 이가성(李嘉诚)과 견주는 갑부로 하루아침에 중국 대륙에 떠올랐다.
하지만 이러한 최고의 화려한 등극은 8월 31일 당일 5분간만 지속된 후 막을 내리게 된다.금태는 당일 42일 간의 화려한 신고식을 발휘한 후 바로 하한가로 직행을 하게 되는데 이후 연속 7일간 철퇴를 맞으며 계속 나락으로 떨어져 2008년 11월에는 1위안 까지 내려가는 수모를 격게 된다.금태의 이러한 추락의 조짐은 이미 7월의 신화사 보도를 통해 잠재하고 있었다. 황준흠이 대주주인 신항기 부동산회사(新恒基房地产集团)가 심양에 동북세마광장(东北世贸广场)을 개발하면서 불법행위로 인해 요녕성 건설부로부터 건설정지 명령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금태는 이러한 사실을 공시를 통해 주주에게 알리지 않고 은폐하다가 결국 9월 3일 자사의 주식 520만 주가 법원으로부터 동결 명령을 받으며 더러운 치부가 만천하에 공개되고 몰매를 맞게 된 것이다.
옛 속담에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다.금태는 오르는 주가에만 환호하다 보니 문득 자신이 다시 내려가야 할 길이 얼마나 멀고 아득한 지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