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묵
디지털 유목민 No.1/온바오닷컴 부사장[사업총괄]▲(좌측부터) 스마트폰인 애플 iPhone 3GS, 삼성 I7500U, 구글 Nexus One 이다. 외관상 가장 큰 차이점은 어플리케이션의 이미지이다. 삼성과 구글은 문자로 표시하려고 한 반면, 애플은 이미지로 표시하려고 했다. 즉, 삼성과 구글은 이성과 논리로, 애플은 감성과 직감으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 삼성의 최신 모델인 '갤럭시S'의 가장 큰 변화는 어플리케이션의 이미지, 즉 아이콘의 크기를 애플만큼 키웠다는 것이다.
아이폰이 또 한번 세상을 바꾸다
▲2004년 7월 2일 선양에서 톈진으로 가는 야간기차에서 노트북으로 핸드폰 통신의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최초로 이동 중 인터넷에 접속했다. 감격해서 노트북 카메라로 촬영해 네이버 블로그에 올린 사진이다. 아이폰의 2차원 이동 접속은 애플이 최초로 실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이폰은 전세계인의 2차원 동적 접속을 실현했다. 애플만의 특별한 기술이 아님에도 말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이라는 신기한 통신기기를 만들자 세상은 새로운 경험에 놀라워하고 있다.
베이징 왕징의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실내 정경을 사진으로 담고 간단히 글 몇 자를 적어 올리니 구글 위성지도의 위치 정보와 함께 온라인 상으로 업로드된다. 베이징 왕징에서 서울 강남의 맛집을 검색하니 거리 순으로 맛집 정보가 뜬다. 내가 있는 베이징 왕징과 서울의 강남역 근처 식당들까지의 거리는 955킬로미터 조금 넘는다.
외근 중에 사무실 컴퓨터의 파일을 아이팟, 아이폰으로 볼 수 있다. 인터넷 전화기, 인터넷 전화 메신저 등으로 사용하던 '070' 인터넷 전화, 어플리케이션 '프링'으로 070 전화번호를 셋팅해서 한국의 지인과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다.
오늘 아침에 서울에서 배포된 조선일보를 지면 그대로 국외에서도 동시에 볼 수 있고 YTN 뉴스를 실시간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받은 명함을 아이폰 카메라로 이미지 정보를 담으니 전화번호부에 전화번호 뿐만 아니라 이름, 회사명, 이메일, 홈페이지, 주소 등 모든 정보가 자동 입력된다.
택시를 타고 가다가 운전기사가 목적지까지의 경로를 잘 모르는 것 같아 지도 검색을 해서 현재 위치와 가는 경로, 거리 등의 정보를 보여주니 깜짝 놀란다. 내 손 안에 네비게이션을 쥐고 있으니 절대로 돌아가지는 못한다. 택시의 속도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과속을 하면 정확한 시속을 말하며 규정 속도를 위반했다고 지적할 수도 있다.
세상이 또 한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또 한번 세상을 업그레이드 했다. 아이팟, 아이폰을 사용하다 보면 손 안에 마법사를 쥔 듯하다. 상상했던 것이 모두 실현됐고 상상치 못했던 일들이 손 안에서 펼쳐지고 있다.
1차원 접속을 2차원 접속으로
세상 사람들은 컴퓨터 인터넷 출현 이후 제2의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아이폰 출시 후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이며 순식간에 이동통신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한국 최고의 핸드폰 제조사인 삼성, 한국 최대의 이동통신사인 SKT가 바짝 긴장해 "멍 때리고" 있을 정도이다.
아이폰의 출현은 단순히 신기하리 만치 성능 좋은 핸드폰이 하나 더 추가된 정도가 아니다. 인터넷 접속, 세상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접속을 '점'의 '정적' 접속에서 '선'의 '동적' 접속으로, 즉 1차원에서 2차원으로 업그레이드 한 것이다. 아이폰이 생겨난 이후 기존의 인터넷 접속이 얼마나 제한적이고 답답했는지 실감나게 느껴진다. 핸드폰 사용 전후의 느낌과 같다. 전화기가 손 안에 들어온 것과 같이 인터넷에 접속된 컴퓨터와 전화기가 손 안에 들어온 것이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로 무수한 일을 할 수 있었지만 사무실, 도서관, 집, 카페 등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가 있을 때만 가능했다. 집이나 사무실에 컴퓨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팅하기 귀찮아 간단한 정보는 종이 매체에 실린 정보를 펼쳐 들었고 종이신문이 편하고 익숙했다.
사용자와 인터넷의 접속 방식과 과정이 불편했다. 사무실 전화기가 있음에도 사무실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이유는 전화기가 손 안에 들어와 있고 이동 중 자주 사용하면서 습관됐기 때문이며 정보 이용이 쉽기 때문이다.
기존의 인터넷 접속, 세상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고정전화와 같은 '정지된 점'의 접근이었지만 아이폰은 '동적인 선'의 접속을 실현시켜 공간의 제한성을 해결했다. 고정전화 사용에서 핸드폰 사용으로의 변화, 즉 동적인 2차원의 접속이 아이폰이 가져오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 원리, 참여를 통한 완성
아이폰은 앱스토어라는 방식을 통해 세상 사람들의 참여로 아이디어, 소프트웨어, 기능 등의 완성을 실현하고 있다. '참여 IT 시대'를 본격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의 참여는 자칫 '질적 저하'의 결과를 낳을 수 있지만 아이폰은 하드웨어적, 소프트웨어적 무대를 애플이 셋팅하고 참가자들이 무대 위에서 공연하게 하고 평가 받게 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 했다.
아이폰의 앱스토어에는 이미 17만개의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돼 유통되고 있다. 사용자가 스스로 원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세계의 프로그래머들이 아이폰의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관심이 쏠리고 사용자들이 수시로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을 쇼핑하는 '직거래 장터'가 실현됐다. 이는 온라인시대의 새로운 경제가치 창출의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앱스토어는 수요가 공급을 결정한다는 경제적 원리가 가장 실질적으로 구현될 '장터'로 부각되고 있으며 이와 비슷한 방식을 타기업이 따라 하고 있다. 아이디어와 창작력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시켜주는 유통 시스템을 만들어 낸 것이다. 애플은 이와 같은 유통시스템을 통해 '진화하는' 유기체적 기기를 만들어 냈다.
대중 참여의 직접 민주주의의 원리를 제품 완성, 소프트웨어 유통에 적용한 이같은 방식은 온라인, 디지털 시대에 경제가치 창출의 새로운 방식으로 응용, 확산될 것이다.
이성과 논리를 감성과 직감으로
과거 컴퓨터 보급의 초기에는 컴퓨터 운영시스템이 Dos, M-dir과 같은 문자 표시를 기반으로 했다. MS사가 개발한 퍼스널 컴퓨터는 모두 이와 같은 복잡한 문자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게 했을 때, 애플이 만든 맥 컴퓨터는 지금의 윈도우와 같이 그림으로 사용자와 커뮤니케이션 하게 했다.
이는 곧 '이성과 논리'의 커뮤니케이션을 '감성과 직감'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꾼 것이다. 이같은 변화의 결과로 세상 사람들은 컴퓨터와 친숙해질 수 있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특별한 교육 없이 이것 저것 클릭해보고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림이 전달하는 감성과 직감의 정보로 기능을 감각적으로 습득할 수 있게 됐다.
IT 기기를 좀 아는 사람들은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을 '컴맹'이라고 무시하며 자신을 과시하려 했다. 특히, 기업들은 대중의 무지를 이용해 간단한 기능 하나 추가하고 뭔가 대단한 기기를 개발한 것처럼 포장해서 소비자들에게 비싼 값에 팔아 이윤을 챙겼다.
통신 기기를 비롯해 이 세상에 만들어져 나오는 모든 상품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판매량보다 더 중요한 것이 '활용도'이다. 이같은 관점에서 평가하면 최근 몇년 동안 한국에서 쏟아져 나온 핸드폰은 '쓰레기'였다. 사용도 하지 않는 핸드폰 카메라의 화소수 전쟁을 벌이고 3백만 화소를 5백만 화소로 올리고 더 비싸게 팔아먹는 식이었다.
세상의 무수한 홈페이지 중에도 방문자 '0'에 가까운 '쓰레기' 홈페이지가 한 두 개가 아니다. 인터넷, 프로그램 상의 무수한 기능들 역시 복잡하고 어려워서 사용되지 않는 '쓰레기'가 즐비하다. 제작자, 개발자는 소비자, 사용자가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들을 무시하며 '컴맹'으로 치부하고 무지를 이용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해 왔다.
아이폰은 몇번 터치하면 원하는 기능이 실현된다. 몇번 터치하면 기능이 파악된다. 아이폰의 외관 상 가장 큰 특징은 아이콘이 세상의 핸드폰 중에서 가장 크다는 것이다. 즉 가독성을 높혔다. 이와 같은 아이콘 대형화의 의도는 사용자가 쉽게 볼 수 있고, 작은 사진보다 큰 사진이 주는 느낌이 훨씬 더 강렬하다는 시각적 원리에 기반한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의 현주소
아이폰은 2차원의 접속, 참여의 완성, 감성과 직감 등의 철학에 기반해 창조된 '조립품'이다. 현대인의 요구를 가장 정확하게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애플이, 스티브 잡스가 장사꾼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요구를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다. 제조자의 입장에서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만 급급했던 것이 아니라 소비자, 사용자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한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애플의 철학이 새로운 기술, 부품을 만들지도 않으면서 세상의 기술과 부품을 모아서 완성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비결이다. 이같은 철학과 기술이 공장 없는 국제적 기업을 만들었다.
이에 반해 삼성, LG와 같은 한국의 대표적 전자회사들은 판매량, 기술 경쟁만 치중했다. '제일주의'의 삼성 철학은 판매량 최다, 남들보다 앞선 '1등' 기술 개발 등을 목표로 하는 제조자, 개발자의 사고 방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세상 사람을 대상으로 제품을 판매하려 했지만 그들의 요구, 현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왜? 자신이 일등이기 때문에...
이는 곧 한국 대기업이 여전히 장사꾼의 마인드를 못 벗어났음을 반증하고 있다. 삼성, LG, SKT, KTF 등 대형 IT기업들이 밖에서 불어오는 새로운 문명의 바람에 맞서 자신의 이윤 지키기에만 급급한 꼴이 된 이유는 장사꾼의 마인드로 기업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소비자에게 기능을 제한해 자기 것을 지키려고 하거나, 해외에서 구입한 제품을 국내에서 사용 못하게 하는 '제도'를 만들어 사용자의 권한을 침해하면서까지 자기 이윤을 지켜려고 한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이 이같은 유치한 발상을 하고 있다니 참으로 딱할 노릇이다.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정보화 시대로 접어들자 새로운 문화문명의 역사가 펼쳐졌다. 이 과정에, 미국에서는 애플, MS, 구글 등 새로운 대기업이 생겨나고 새로운 부의 창출을 이끌었다. 한국은 여전히 산업화 시대의 특혜로 성장한 기업이 지식정보화 시대도 주도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적 바람이 불어오자, 자기의 이윤을 연장하려고 소비자, 사용자의 권한을 침해하는 부당하고 불합리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산업화의 역군이 지식정보화 시대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상사 눈치 보여서 아이폰을 숨겨서 사용하는 삼성과 SKT의 '투폰족'들을 보면 대기업이라고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보다 못하게 느껴진다. 이윤에만 눈이 먼 장사꾼의 '싸구려' 기업이기 때문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줄곧 '일류'를 주창해 왔다. 장사꾼이 '일류'를 논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일까? 특정 시대를 대표하는 진정한 일류 기업은 판매량, 기술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지혜와 철학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지폐의 숫자가 목적이기 마련이다. 문화시대의 오늘날, 과거 경제개발의 '수치 경쟁'에 목을 매고 있다면 인류문명과 문화를 창조하는 시대사적 기업으로 발전할 수 없다. 문화시대, 민주시대의 금맥은 현대인의 요구를 실현하는 창조력에 있다. 이는 삼성의 부품으로 새로운 문화를 주도하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애플의 지혜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 기업인들이 아이폰을 들고 반성하고 배워야 할 대목은 바로 이 점이다.